저 구름의 이름은 뭘까요,

삼키게 되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이 그렇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으니까, 나는 이 질문을 자꾸자꾸 삼킨다. 물론 물어보게 되는 사람도 있다. 대답을 해줄 것 같아서.

 

예를 들면, 대기과학과 심모 박사님. 요즘은 아예 연락이 없는 분이지만, 그분은 다 알 것 같아서 물어보았다. 물론 아주 근사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게다가 그분은 절제를 아시는 분이어서, 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는 미덕까지 보이셨다. 멋진 분이다. (이 글 보시면 연락주세요.)

 

하지만 대기과학과가 아닌 이상에야, 구름을 보고 정확하게 대답해주는 경우는 없다. 대개는, 양떼구름, 뭉게구름, 비행운 등등으로 얼버무리거나 별 관심 없다는 투로 대답한다. 관심이 있다고 해도, 알 수 없으니 대개 웃음으로 끝나고 만다.

 

그러다 보니, 지식이 좀처럼 쌓이지 않는다. 공부를 하면 되려나 싶어서, 검색도 해보고 책도 한두 권쯤 사서 읽어보는 척도 해보았다.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이게 저건가 하고 비교를 해보려 노력하지만 사진 혹은 그림과 똑같은 구름이, 내 눈에는 하나도 없다. 대충 비슷한 것들은 있지만 비슷하다고 같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이따금 생각한다. 내 질문이 돌아 돌아서 나에게로 오지 않을까. 저 구름의 이름은 뭘까요, 하고 나에게 누군가 묻게 되는 순간. 그러면 일단 안심을 하겠지. 나는 대답을 해줄 거라고 믿어주는 거니까. 그 다음은 대답 차례인데 나라고 별수가 있나 싶었지.

 

그래서 늘 연습하곤 한다. 미래의 대답을 위해서. 저건 어젯밤 남은 구름이군요, 저건 원래 모자구름이었어요. 지금은 모자챙만 남았네. 저 구름은 오늘 아침에 막 태어난 구름이죠. 아직 뭐가 될지 몰라요. 우리는 신생아 구름이라고 하죠. 저건 굴튀김구름인데...

 

누군가가 물어보기나 하면 그렇다는 거고 사실 내게 이렇게 물어볼 사람은 없으니까 지금은 뻔뻔하다. 막상 누군가 내게 물어본다면, 참 곤란하겠다. 얼굴이나 빨개지고 아무런 말도 못하겠지. 그래도 어이없는 사람이네요 당신은.하는 표정은 짓지 않을 자신 있다.

 

방금 누가 소식을 보내왔다. 소나기가 온다고. 저쪽은 해가 이쪽은 먹구름인데-. 아 좋고 멋진 일이다. 그 먹구름의 봤으면 좋겠다. 그 먹구름 내가 좀 아는 녀석일 것 같은데. 자신있게 이름을 불러주고 반가워해주면 여기도 시원하게 비 좀 내려줄 텐데.

 

오늘은 여름, 지금은 오후다. 여름은 구름의 계절. 더워도 마냥 좋은 때. 저 구름의 이름은 뭔가요,하고 묻기도 정말 좋지. 해가 지고 밤이 와서 깜깜해지기 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전에 누군가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런데 또 한편, 구름에 이름 따위 없으면 좀 어떤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변덕을 생각하다가 저녁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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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리, 2003년 초여름.

그런 구름과 그런 날씨는 이번 생에 더 없을 거였다.

벌써 알고 있었다. 그 예감은 맞았다. 지금껏 나는

그런 구름과 날씨를 다시 보지 못했다. 굉장해.

그렇게 말한 건 아마 나였을 것이다. 굉장해. 정말.

 

2003년 암스테르담, 네덜란드의 거리 그리고 초여름.

우리에겐 우산이 없었다. 그래서 젖어가고 있었다.

우리뿐 아니라 거리의 모든 게 젖어가고 있었다.

사방에서 비가 날아들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아.

맞다. 바람을 잊고 있었다. 그때 우리의 머리카락이 날린다.

j는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목이 마른 사람처럼.

비가 그렇게 오는데도, 바람이 그리 불어대는 중에.

그리고 다른 한 사람 c씨는 담배를 피웠다. 아닌가. 글쎄.

 

네덜란드 2003년 초여름의 암스테르담 거리.

세상에. 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거였다.

그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그런 구름, 그런 날씨, 그런 바람.

지금도 모든 게 선명하다. 그때는 그리운 게 없었다.

슬픔도 사라졌다. 아무렇게나 살고 있었지만, 아름다웠다.

우산이 없는 우리들도, 젖어가는 우리들도, 날리던 머리카락도

이제는 없다. j, 그랬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사진을 찍었나.

그때의 내가 c씨의 담배를 얻어 피운다. 굉장해 정말. 굉장해.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 노래를 부르던 흑인, 처마 밑에서 만난 눈이 선한 노인. 빗방울들,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 작은 투명, 네덜란드의 초여름, 암스테르담 거리. 그리고 2003년 초여름의 엽서와 우리들. 비틀린 채 아름다운 구름, 모든 것을 어둡게 만들어놓은 구름, 이마에 얹고 아직도 지우지 못한 구름. 굉장해 정말 굉장해. 그래서, 그다음엔 어떻게 되었나. 우리들은 어디로 갔지. 어디로 걸어갔지. 그날 저녁에 우리는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잠들었을까. 기억나 j? 기억해요 c? 다들 말이 없다. 셔터를 눌러대느라, 담배를 피우고 있느라.

 

아무튼 굉장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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