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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ooodnight_조금 딱딱하고 얇은 가을 이야기 2012.07.17





세상은 메말라가고. 사람은 죽기도 한다는 것을 배운 그때쯤 y는 유품을 찾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 아버지의 사무실로 갔다. 돌아가신 지 한 달이 좀 안 되는 어느 날이었고, 늦가을의 저녁이었고, 빈 자리는 서늘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남긴 것 없이 남은 것만 있는 사무실 책상을 짚고 한참을 서 있었다.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누가 물을 한 잔 두고 갔다.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는데, 벌써 문이 닫혔다. 왜 물일까. 내가 울기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한 컵만큼의 눈물을 쏟으려면 얼마나 울어야 할까. y는 조금 비뚤어져서, 그렇게 생각했다.

 딱히 어느 방향도 아니게 엉거주춤하게 서서 바라본 창밖은 옆 건물의 벽만 보였다. 그리고 시내로 이어지는 길을 달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소리들. 멍하게 그 소리를 듣던 y는 죽고 못살았던 것처럼 이럴 필요는 없는데. 생각했고, 웃음이 나왔고 그 웃음을 참지 않았다. y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문 너머로 소리가 들릴까 봐, 입을 막고 한참을 있었다. 점점 입안이 말라왔지만, 물을 마시기는 싫었다. 어서 나가고 싶을 뿐이었다. 서둘러, 가지고 온 박스에 몇 권 책과, 서류뭉치를 넣었다. 더는 넣을 것이 없었다. 생각보다 너무 가벼운 박스가 꼭 자신 같아서 y는 쓸쓸해졌다.

문득, 책상의 한 귀퉁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 그 위에 적혀 있는 y의 이름이. y는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아버지의 필적이었다. 힘주어 눌러 쓴, 아니 거의 새겨놓은 듯한 y의 이름이 거기 있었다. 아무리 자세히 보아도, 그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뭐였을까.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y는, 어느 저녁 이 자리에 앉아 어둑어둑해지는 건너편 건물의 외벽을 바라보다가, 뭔가 떠오르기라도 한 듯 y의 이름을 적었을 아버지를 상상해보려 애썼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스르륵 아버지 모습이 뒤로 물러나는 것이었다. 바퀴 달린 의자를 뒤로 미는 사람의 모습처럼. 어떤 리듬으로. 천천히. 멀리.

계속, 계속, 창밖은 더 어두워질 수 없을 때까지 어두워졌고, 차들은 여전히 내달리는 중이었다. 옆방에서 누가, 짧게 헛기침을 했을 뿐, 건물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다. y는 오래 눈을 감고 있었다. 움직이면, 넘칠까봐 겁내는 한 컵의 물처럼.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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