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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5

from Un_post/Post_post 2014. 2. 5. 22:40




다시 귀를 앓는다. 귀는 앓는 것은 좀 독특한 체험이다. 보이지 않는 곳이 보이는 모든 것을 관할하기 때문이다. 한쪽은 들리고 한쪽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지럽다. 덕분에 오전은 침대에서 누워 보냈다.


오후, 볕이 좋았다. 바람도 적당히 차고.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아서 오래오래 조잘조잘거리고 싶었다. 벅차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한참 가만 듣고만 있었다. 그게 너무 좋았다. 좋아서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저녁엔 편집자를 만났다. 지향 씨. 쌀국수를 먹었다. 어제도 먹었는데 또 먹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몰라서 그랬다. 그냥 무난하니까. 어제는 고수를 넣었는데, 오늘은 매운 고추를 넣어먹었다. 전혀 다른 음식이 되었다.


시도 한 편 썼다. 내가 시를 쓰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새삼, 내가 시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감격한다. 내가 시를 쓰면 사람들이 읽는다. 누군가는 좋아하고 누군가는 싫어한다. 누군가는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한다.


사적인 체험이 광활해지는 경험. 꼭 손바닥만 한, 네 손바닥만 한 손수건이 내게 주는 그런 경험. 어떤 각오를 한다. 아무런 각오도 하지 않기로 해놓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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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7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27. 01:14






지금 환한 대낮에 푸른 나무들을 바라보며 나무들의 긴 그림자 밟으며 지그쯤 아이들이 무엇 하나 생각해보지만, 아마도 깊은 밤 깊은 잠속에 들어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나는 가끔 무섭기도 했다 어느날 내 먼저 세상 떠나 깊은 잠속에 빠져 있을 때 아이들은 환한 대낮, 푸른 나무들의 그림자 밝으며 나를 생각할 적도 있을까 이 소꿉놀이가 끝나는 것은 언제쯤일까_이성복, <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을 세우고 21>




시 쓰기란, 어느 장소 어느 시간 누군가를 찾아가는 일이다. 그것은 의도된 것이 아니다. 부지불식간에 문득 진행되는 것이고, 그것은 우연에 기대는 것만큼이나, 비 정기적이고 또 매번 속도가 다르다. 나는 천천히 이따금 빨리 당신의 곁을 찾고 당신과 함께하지만, 영원히 그러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시 속에서도'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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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Un_post/Post_post 2013. 1. 19. 01:09

                                   달은 방향과 시간을 가지고 있지 않다. 책상 위의 그림자처럼.
                                   문득 있고, 문득 사라져, 내내 꿈에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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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Un_post/Post_post 2013. 1. 19. 01:06


                                구름과 다른 점은, 달은 단 하나의 존재로 머문다는 것.
                                달을 떠올릴 때, 나는 한 사람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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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6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17. 02:37










죽음과 관련된 몇 가지


어느 날 밤. 나는 분명히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처음으로 듣는,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아주 짧고 강렬했는데, 부름이었다. 그러니까 나를, 그 방에는 오직 나만이 있었으므로, 불렀던 것이다. 나는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물론 아버지는 어디에도 없었고, 나는 도로 눕지도 일어나지도 못한 채 어둠으로 가려진 벽만 응시하고 있었다.


또 한 번은 걷잡을 수 없는 슬픔. 그러니까 아버지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본다는 것 만진다는 것이 영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찾아온 울음은, 오직 나를 위한 눈물이었다. 남겨진 사람. 그대로 멈춤. 이 일을 아주 잊고 있었는데, 롤랑 바르트의 메모를 읽다가 생생히 떠올렸다. 그 메모는 이런 내용이었다.


"당신은 정말 죽은 뒤에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고 믿나요, 셀레스트? 정말 내가 마망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난 지금이라도 당장 죽고 싶어요." 공통된 감정. 사랑과는 별개로. 죽은 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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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17. 02:15





"신비한 푸르름과 장밋빛으로 빛나는 어느 날 저녁

우린 진기한 빛을 서로서로 주고받으리

긴 흐느낌처럼 이별을 아쉬워하며"_보들레르



보들레르에게 감동을 받기란 쉽지 않다. 프랑스어를 모른다면 더욱 그러할 텐데, 이는 나의 경우로, 낭만주의를 거스르는 차용된 너무 거센 이미지들과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낭만주의의 영향(각종 감탄사와 물음표), 고어투의 번역들이 한데 어우러져 읽는 이의 눈과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미리 밝혔듯 이것은 나의 경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보들레르와 그의 시를 좋아한다.


그의 삶과 그의 태도에는 시가 있다. 자의와 타의가 섞여 그는 시인으로만 살았고, 그것밖에 몰랐다. 그는 실제로 또 상징적으로 금치산자였다. 그는 궁핍했으나, 댄디였고, 자신이 드높은 취향을 만족시키고자, 평생 시달리며 살았다. 


꼭 그런 외부적인 조건이 아니더라도, 그의 시는 그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그(의 시)는 혐오하지만 증오하지 않으며, 노래하지만, 웃고 즐기며 춤추지 않는다. 그는 들려주고 아무것도 챙기지 않으며 책임 역시 지지 않는다. 그의 "텅 빈 극장"은 늘 어떤 상연을 하지만, 그것은 입장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일그러진 아름다움과 알레고리를 위한 것이다. 


여전히, 내게는 보들레르가 어렵다. 아니 그보다는 힘들다. 몇 번씩 그의 시집을 들었다가 도로 놓는 것은 그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나는 그의 시를 좋아한다. 언젠가 그의 시들이 눈에 보였으면 좋겠다. 그의 텅 빈 극장에 혼자 앉을 수 있는 그 시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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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4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15. 10:04

 

 

 

 

 

 

나의 사고 패턴은 이분법에 갇혀 있다. 요즘 독서 중 깨달은 바이니, 이분법은 흐름과 이해를 방해할 뿐더러 좁고 어두운 쪽으로 나를 인도하여 나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분법이 위험하고 (개인적으로) 불행한 까닭은, 그것이 급함과 아집 등 나의 부족한 성향에서 기인하는 까닭이므로. 그러하다.

 

조금씩 배우는 일. 요즘따라 내가 보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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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3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14. 00:11






멋진 일요일이었다 목욕을 다녀와서, 잠들었고, 식사를 하고 잠들었다. 아주 게으르게, 그리고 늦게. 나는 이러한 형태의 일요일은 아주 좋아한다. 적어도 일요일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뒤늦게 정신을 수습하고 명동으로 늦은 미사를 다녀왔다. 오가는 길에 바르트의 밝은 방을 읽는다. 현대미학사에서 사진론으로 나왔던 그 책은 번역이 아주 별로였는데, 동문선에서 나온 다른 체목의 같은 내용의 이 책은 조금 나은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원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번역이 별로이네, 좋네 할 수 있는 것은 내용과 맥락 상 이해가 될 수 있는지, 바른 문장인지, 정도를 근거로 두는 판단인데, 보다시피 상당히 주관적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좋네는 like인 것이다. good이 아니라. 물론 농담이다.


"'자아'는 나의 이미지와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 왜나하면 무겁고 부동하며 집요한 것은 이미지이고(그렇기 때문에 사회는 이 이미지에 의지한다), 가볍고 분열되어 있으며 분산된 것은'자아'이기 때문이다."-바르트, <밝은 방>


이렇게 달력을 보니 일월이 중간이 얼마 남질 않았다 아주 더디게 가는 것만 같아서, 조바심도 나고, 불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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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8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8. 00:50





"힐의 사진에서도 빛이 어둠에서 힘겹게 생겨나고 있다."_발터 벤야민, <사진의 작은 역사>


어두운 사진을 찍는 것, 빛이 어둘에서 드러나게 하는 방식. 연습을 해볼 필요가 있다. 밤보다는 빛이 강한 낮에, 감도를 최대한 낮추고, 조리개를 최소로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셔터 속도로만 사진을 찍는 것. 핀홀의 그것처럼. 그렇게 해서, 빛의 흔적을 더듬어보는 것이다. 내일부터 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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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5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6. 01:42

 

 

 

 

 

 

"마주 잡은 손 끝의 힘이 점점 더 희미해지고 마주 향하던 그 눈빛은 점점 더 흐릿해지고"


-곰피디, <물고기자리>

 

 

 

스치다와 희미해지다 사이, 대상에 대한 분명한 인지는 감정에서 나온다. 이런 노래엔 그저 감탄어린 찬사만 나올 뿐인데, 이렇게 지난 시간에 남는 것은 사람이다. 그렇게 남는 사람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확신하건대, 이 가사는 손이 적은 것이다. 사람이 적은 것이 아니다. 사람을 남기는 것은, 슬픔이거나, 눈이거나, 마음이거나, 결국 손이다. 그 손이 적은 것이다. 시도 그러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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