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전 생애와
아직은 못다한 나의 생애 너머에서,
구름은 예전처럼 우아하게 행진을 계속하네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구름」


오늘은 좀 춥다. 밝은 날 추우면 기분이 좋더라. 골목에 서서 코를 훌쩍이네. 너를 기다리면서. 이 골목은 좁아. 좁고 예뻐. 오는 길에 누가 버려놓은 괘종시계를 봤어. 완전히 멈춰버린 시간. 시계의 유리 덮개 위로 조각난 골목의 일부와 그 위에 떠 있는 구름이 보였어. 이제는 멈춰버린 시간. 정말 그런가 봐. 너는 아직도 오질 않네. 나는 너를 기다리고. 오늘은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작은 구름들. 그리고 멈춰버린 시간. 하지만 나는 구름을 좋아해. 너만큼. 구름이 많다면,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네. 너라는 당신을.

구름은 더러워지지 않아. 구름은 언제나 깨끗해. 그래서 너는 구름 같은가. 그래서 너는 구름 같은가. 그래서 나는 구름을 좋아하고, 저 구름을 너라고 생각하나. 환한 하늘 아래로, 기분 좋게 배와 가슴을 드러낸 구름이 흘러가고 있네. 부드럽다. 희고. 그리고 사랑스러워. 그런데 너는 안 오고, 나는 기다리고, 시계는 여전히 골목의 한쪽을 노려보고 있어. 괜찮아. 지금은 너를 기다리는 시간. 너의 구름이 흘러가는 이 골목은 너의 것. 나는 너를 기다리는 사람. 어쩌면, 너는 벌써 오면 안 되는 게 아닐까. 나는 더 너를 기다리면서 여기서.

오늘은 좀 춥고 밝은 날. 괘종시계가 정오를 알려주네. 골목을 따라 울리는 시계 종의 따뜻한 소리. 유리 덮개 위로 보이는 골목들이 조금씩 조금씩 흔들려 골목을 넓히고 완전히 멈춘 시간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나는 사랑하네. 그리고 구름. 작고 포근한 구름, 구름들. 너와 같은, 실은 너인, 너였던, 너가 분명했던 저 조각들. 멋지다. 정말. 내가 있는 어디에나, 어느 곳에나 머리 위에는 아름답고 깨끗한 네가 있는 거잖아. 나는 멈춰버린 시간을 흘러가고 있는 시간의 골목에서, 너를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그러니까 오직 너 안에서 너를 기다려. 그러니 너는 오지 않을 거야. 슬프고, 슬프지 않아. 나는 아직 살아 있고, 언젠가 너는 오고, 나는 너를 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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