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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눈이 내린다. 2009.01.14

눈이 내린다.

from Un_post/Post_post 2009. 1. 14. 00:54

 

 

  눈이 내린다. 퇴근할 때만해도 내리지 않던 눈이다. 시간이 '은빛 비늘을 털며' 구부러지고 있다. 지난 시간을 체험한다. 눈이 올 때마다 나는 친구들의 집 앞으로 걷던 나로 돌아간다. 슬픔이란 이런 것이다. 그러니 보라.

  믿음은 얼마나 서러운 것인가. 그때를 믿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람이란 얼마나 갑작스런 잎사귀들인가. 눈이란 얼마나 소리없는 방문인가. 부스스 몸을 떨며 입김을 내뱉는다.

  눈이 올 것을 몰랐다는 것이 나를 혼자로 만든다. 눈이 내리는 밤은 눈이 내리지 않는 밤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아픈 시간은 아프지 않던 때를 그리워하여 아름답다. 내 모든 움직임은 뒤를 바라보고 뒤를 생각하고, 뒤를 위하여 움직이고 있다. 훈계나 충고는 어리석은 짓이다. 늙어버리는 것이 무서워 단숨에 끝까지 늙어버리는 속속들이를 생각한다. 그리고 서른.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싶다에서 싶었다로 뛰어넘는 나의 간절한 바람.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눈의 침묵을 물고 내가 잃어버린 것을 바라본다. 나는 어디쯤을 더듬고 싶었던 것일까.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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