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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랜만. 2010.02.22

오랜만.

from Un_post/Post_post 2010. 2. 22. 00:40

오랜만이다. 블로그. 이따금 집 같기도 한 이곳에 더듬대며 적는다.

오늘은 『카프카와 인형의 여행』(문지아이들, 2010)을 읽었다.
카프카란 이름으로 가슴이 가득 채워졌다. 그래서 조금 슬퍼졌다.
글 쓰는 사람만의 상상, 글 쓰는 사람만의 행동, 글 쓰는 사람만의 감정.
이런 '선배'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나는 글쓰는 것이 자랑스럽다.

희곡을 40여장 썼다. 피곤하다. 피곤으로 뿌듯하다.
좋지 않은 희곡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다.
다만 적고 또 적을 뿐이다. 어쩌면 내일, 늦어도 모레까지는 끝낼 생각이다.
그리고 다시 지난한 퇴고의 작업. 그래도 참 오랜만이다.

L과 같이 저녁으로 짬뽕을 먹었다. 별반 맛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비싼 집.
신선한 해물과 조미료가 들어 있지 않을 국물 그리고 자장면을 좋아하는 옆 테이블 아기.
긴 겨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잠시 생각해보았다.
아무래도 나는 계절이 끝나고 다시 계절이 시작되는 그때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 기간만큼 환상적인 때가 있을까. 세계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잎 하나로

            정현종

세상 일들은
솟아나는 싹과 같고
세상 일들은
지는 나뭇잎과 같으니
그 사이사이 나는
흐르는 물에 피를 섞기도 하고
구름에 발을 얹기도 하며
누에는 번개 귀에는 바람
몸에는 여자의 몸을 비롯
왼통 다른 몸을 열반처럼 입고

왔다갔다하는구나
이리저리 멀리멀리
거을 나무에
잎 하나로 매달릴 때까지.


나는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 사이 폭풍과 같은 아름다운 현묘를 사랑한다.
혼돈만큼 가슴 뛰는 것이 또 어디 있을까.


mortebleue, 유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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