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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2010.08.20

from Un_post/Post_post 2010. 8. 20. 01:36


 


그곳은 낡은 사람들의 통로다. 그들은 다 헤진 다리를 이끌고 계단을 오른다.

기차가 정시에 도착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시계는 열차 시간표만큼이나 쓸모없다.
아침에 출발한 이들은 늦은 저녁쯤에나 도착한다. 이따금 늦은 밤에 도착하는 이들은 더욱 너덜거리며 걷는다. 취한 그들에게 통로는 더욱 길고 넓다. 아침이 오면 그들은 다시 역으로 걸어 들어온다.

통로는, 한 사내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통로에서 죽은 그의 사인은 겨울이었다 그가 얼어붙은 땅에 묻혔을 때 그의 아내는 슬프게 울었다. 막 도착하려는 기차처럼.
기억은 기억에 불과하다. 무언가가 떠올랐을 때 쓰기를 망설이는 나처럼. 역은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역은 기차가 출발할 때마다 조금 흔들리고 천천히 다음, 점점 빠르게, 사라진다.

밤 11시 24분. 또 한 대의 기차가 도착하려고 한다. 내리려는 사람은 아직 보이지 않고, 타려는 사람은 천천히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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