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믿을 것 같진 않지만, 구름에서 시작된 일. 서늘한 어느 봄날 밤. 구름이, 정말이지 아슬아슬해보일 만큼 작은 구름이 있었네. 달의 곁으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도망친 건지 모르지만, 달빛 가까운 곳에서 더 가지도 오지도 않고 그만큼 거기에 있었네. 그런 구름을 볼 때면, 혹시 저 구름을 나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조바심이 나고, 그 구름이 네게도 보이는지 어떤지 궁금해서 알려주고 싶어지는데. 하지만 네게는 알려줄 수가 없고, 그러니 딱 작은 구름만큼 나는 안타까워하지.

그래서 나는 서둘러 사진기를 찾고, 흰 종이를 찾고, 잘 써지는 펜을 찾다가 아니야, 아니지, 하고 연필로 마음을 바꾸고 그 생각 곁에 지우개도 하나 내려놓는 것이네.

그 아슬아슬한 작은 구름을 네게 보여주어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얼마나 다정한 마음이 되는지는 생각도 하지 않지. 언제나 그렇지, 그냥 그러고 싶은 거야. 여기 구름. 하고 서툴게 써놓은 문장이나, 흔들린 사진을 보여주고 기대에 차서, 네 눈을 보고 싶었던 거겠지. 더 가지도 않고 더 오지도 않는 그 구름의 형상과 속내를 슬쩍 젖은 달빛에 기대어서 나는 건네고 싶었던 거였네. 네게, 그만큼 내게.

구름은 기다려주지 않지. 귀도 없고 눈도 없으니. 어쩌면 마음도 없어서. 특히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작은 구름은 언제나 그렇네. 잠시 눈을 떼면 사라지는 장면.

그 작은 것 하나 사라졌을 뿐인데, 밤이 다 텅 비어버리고, 서늘한 어느 봄밤 더없이 추워져 나는 창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네. 어째서 창문을 열었는지, 어쩌다 창밖을 보았는지 그런 것은 기억도 하지 못하고, 그냥. 그냥 하면서, 흰 종이 위엔 길고 짧은 선을 남겨놓고 아무것도 쓰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처럼 접어서. 그렇게 차츰 또 차츰 나는 희미해지고, 그제야 알게 된거지. 이것은 모두 구름에서 시작된 일. 별로 믿지 않겠지만, 어쩌면 믿고 싶지 않겠지만. 봄밤에 사라진 구름과 에두르지도 못하는 마음과 그렇게 얻은 병.

너는 여태 모를 일이지. 그러니 믿고 믿지 않고 할 일이 또 무어겠는가 싶기도 한 것인데, 어쨌건 내겐 더없는 일. 내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아슬아슬해진, 어쩌면 이미 사라져버린 아무에게도 그러니 네게도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그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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