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당겨 웃게도 하고 끌어 쏟게도 하여 내 안의 물이 움직인다. 중력을 따라. 그러나 당신은 그저 고요하고 고요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음을, 침묵을 지키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당신은 눈부시지 않다. 부끄럽게 그러나 기꺼이 맨 얼굴을 드러낸다. 거기 빛이 있다. 당신의 것은 아닌데, 나는 당신의 것이라 믿고 그렇게 부른다. 매혹된다.

당신은 내게만 보이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각자의 당신을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 것을 같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당신이 보였다가, 보이지 않는다. 그건 당신의 의지도 아니고 나의 의지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을 보지 못하고, 나를 보지 않는 혹은 못하는 이 상황이 너무 어둡고 깜깜하다.

당신의 빛이 떠올라 있다, 나는 그것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당신이 아닌 줄 알면서도 당신 인 것 같아 발을 담그면 일렁이며 흔들리는 당신이다. 바람이 여태 차다.

당신은 오늘밤에도 있구나. 보여도 보이지 않아도 당신은 있구나. 어떤 때는 슬프고 어떤 날은 기뻐하면서, 나는 차오르고 또 사그라드는 시간을 세어본다. 어떤 날은 힘들게 온다. 올 것임에도 오지 않을 것처럼. 달력을 넘길 때, 손목을 올려 시간을 확인할 때.

당신이 다정하다. 오늘은 그리 비쳐보이는구나. 언제나 차갑게 보이던 당신이, 이슥하고 아늑하다. 나는 울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울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면서 쓰다듬으면서.

당신이 나를 재우겠지 오늘도, 음악처럼. 그래 그러고 보니 당신은 음악이기도 하구나. 채 잠들지도 못한 나의 꿈속에 찾아와 비단처럼 깔리는구나. 돌아누워도 들린다.

당신 아래, 아침이 올 것인데, 나는 먼저 깨어 배웅하고 싶다. 당신을 그런 당신을. 안녕, 안녕. 하면서. 그렇게 당신의 고요처럼 담담한 당신의 잠을 배웅하고 싶구나. 늘 그렇듯.

바람이 분다. 당신의 한숨인가 보다. 그 한숨이 다 나였으면 좋겠다. 더 바랄 것도 없겠다, 그러면 나는 젖은 채 이 밤을 다 보내도 좋겠다. 당신만 보면서.





밤이 가고 있다. 둥글게, 새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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