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신의 아침 위로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당신의 귓가를 떠돌고 당신은 아직 잠이 들어 있으면 좋겠다. 당신의 창문 위로 빗물들 방울져 맺혀 있을 때, 아직 깨지 않은 당신이 꿈을 꾸고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 그 꿈속에서 환한 이마를 창에 대고,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고 있다면, 그 창밖으로 난 젖어가는 길 위로 같은 색의 우산을 쓴 남자와 여자가 엇갈려 지나가고 있다면, 당신은 그들이 혹시 잘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닌지, 지난한 연애를 마치고 이젠 지난 연인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아닌지 생각하고 있다면, 그래서 그들, 서로 멀어져갈 때, 당신 마음 위로도 봄비가 내리고 있다면 좋겠다. 자꾸 아득해져서 당신, 간신히 돌아눕고 그제야 간밤의 느리고 느린 침묵이 천천히 눈을 뜰 때, 그때에도 비가 내리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이 빗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혹시 그때, 나는 당신의 근처에 있는 것은 아닐까. 우연히, 아무것도 모른체 그런 것은 아닐까. 알 수 없이 자꾸 걸음을 멈추고 싶고, 쓰고 있거나 쓰고 있지 않은 우산을 뒤로 기울인 채, 그것이 뭔지도 모르면서 자꾸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익숙하지만, 도무치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에 휘말려서 슬퍼지려 하거나, 슬퍼져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때 문득 당신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당신이 아침 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노력하여 지웠던 사실을 순식간에 기억해내는 것은 아닐지. 그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니 사실 이것도 궁금하지 않지. 나는 상념과 상실과 그럼에도 따뜻해지는 마음 위를 떠도는 봄비를 문 구름이 된 기분이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든지 간에. 젖고 있지만 젖지 않은 채.

그러나 당장은 이 끝나가는 겨울의 한 모퉁이에 있다. 흔들리는 자리를 확인하며, 자꾸 이마가 아프다. 창문에 이마를 댄 채 있는 것처럼. 그렇게 같은 색 우산을 쓰고 엇갈려 지나가는, 한 남자와 여자를 보고 있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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