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네. 봄이네.

from Un_post/Post_post 2009. 4. 6. 02:29

 

 

밤길을 따라, 누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꽃 자리가 환하다. 벚꽃 그 위에 목련 그 아래 목련 옆으로 벚꽃잎. 줄지어 단어가 피어 있다. 그러니 봄이다. 짧은 그 길을 오래 걷는다. 아직 바람이 차다. 무엇이 저 가지들을 흔들어 몸을 만들어 올리는가. 물은 어떻게 물이 들어 가지마다 꽃을 올리는가. 물방울 떨어지듯 저 꽃들은 언제 떨어지는가. 유독, 이번 겨울은 길었다. 바라마지 않던 일들이 바라지 않은 형태로 벌어졌다. 저 꽃들처럼 정확하지 않게 한꺼번에. 틀렸다고 할 수 없는 정직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겨울은 가고 있다. 나는 지나간 겨울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고백하지 못한 말들을 태워버리고 고백할 수 있는 것들만 나란히 모아놓자. 어쩌면 이제는 일기를 쓸 수 있겠다. 아무렇게나 놓아도 아무렇지 않을 그런 말들을, 담을 것이다. 그렇네. 봄이네.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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