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

from Un_post/Post_post 2010. 8. 26. 09:39
『낯선 시간 속으로』,  이인성

281쪽: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나는 바닷가로 나간다. 잿빛 하늘 가득히, 흰 점 점 점들이 부서져내려, 잿빛 바다 가득히, 주검의 넋처럼 홀연히 스며들고 있다. 여기서, 온 세상은 수도 없는 흰 점들이 희끗희끗 흩어진 점묘화인 양싶다. 다만 하늘과 바다만이 견고한 허무의 배경을 이룬다. 서로 조으아며 이미 경계선을 허물어버린 하늘과 바다는, 하나의 면으로, 아니, 작은 백지 속에서 내가 체험했던 자욱한 안개의 공간으로, 내 감각의 끝에서 몸을 치켜드는 복병같이, 희게 일어서는 파도가 내 발끝에서 부서진다. 희디흰 파열, 그것을 나는 하염없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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