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17. 02:15





"신비한 푸르름과 장밋빛으로 빛나는 어느 날 저녁

우린 진기한 빛을 서로서로 주고받으리

긴 흐느낌처럼 이별을 아쉬워하며"_보들레르



보들레르에게 감동을 받기란 쉽지 않다. 프랑스어를 모른다면 더욱 그러할 텐데, 이는 나의 경우로, 낭만주의를 거스르는 차용된 너무 거센 이미지들과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낭만주의의 영향(각종 감탄사와 물음표), 고어투의 번역들이 한데 어우러져 읽는 이의 눈과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미리 밝혔듯 이것은 나의 경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보들레르와 그의 시를 좋아한다.


그의 삶과 그의 태도에는 시가 있다. 자의와 타의가 섞여 그는 시인으로만 살았고, 그것밖에 몰랐다. 그는 실제로 또 상징적으로 금치산자였다. 그는 궁핍했으나, 댄디였고, 자신이 드높은 취향을 만족시키고자, 평생 시달리며 살았다. 


꼭 그런 외부적인 조건이 아니더라도, 그의 시는 그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그(의 시)는 혐오하지만 증오하지 않으며, 노래하지만, 웃고 즐기며 춤추지 않는다. 그는 들려주고 아무것도 챙기지 않으며 책임 역시 지지 않는다. 그의 "텅 빈 극장"은 늘 어떤 상연을 하지만, 그것은 입장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일그러진 아름다움과 알레고리를 위한 것이다. 


여전히, 내게는 보들레르가 어렵다. 아니 그보다는 힘들다. 몇 번씩 그의 시집을 들었다가 도로 놓는 것은 그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나는 그의 시를 좋아한다. 언젠가 그의 시들이 눈에 보였으면 좋겠다. 그의 텅 빈 극장에 혼자 앉을 수 있는 그 시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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