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4

from Un_post/Post_post 2011. 9. 5. 01:27
9월 4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지 않는다.
새벽의 고속도로. 구름의 언덕.
또, 쓸 핑계를 찾아가다.
오늘 현현한 이미지들, 나비가 날아가다. 하얀 날개의 나비와 잿빛 날개를 가진 나비.
꿈틀거리는 것들. 길게 자린 풀을 베다. 풀을 베며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돌아오는 길은 막혔고, 나는 고구마 튀김을 먹었다.
잠시, 아주 잠시 어떤 생각을 하고 지우다. 
살아가다. 어머니는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다. 동생은 성당에 갔고,
나는 한 시간 전쯤엔 얼음을 깨물어 먹고 있다.
얼음의 조각들이 거센 소리를 내다. 잠시, 내가 나보다 작아지다.
녹아 사라져버리다.
책을 읽지 않다. 야구 중계를 틀어놓고 잠들다. 소파 위에서 눈을 뜨다.
저녁을 먹다. 잠시, 내일 점심에 대해 고민을 하다.
시를 쓰려다가 관두다. 네가 전화를 받지 않다. 전화기를 내려다보다가,
골몰하다. 하루에서 어떤 것은 삭제하고 어떤 것은 남겨두다.
사늘해진 밤에 음악을 듣다. 끝까지 듣지 않다. 남은 부분은 남은 채 남다.
9월 4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버리는 척하고, 5일이 오다.
어떤 생활은 생활에 불과하다. 밤 구석에 서서 누군가 창문을 열고 침을 뱉는
소리를 훔쳐 듣다. 누군가의 글을 훔쳐보다. 
내가 아프다. 아닌게 아니라. 가슴부터 아프다. 바라봤을 때 가슴의 왼쪽 부분이 쿡 아프다.
가슴 쪽에선 오른쪽 아래 부분이 쿡 아프다.

아마 내일은 괜찮아도 좋을 것이다.

 

mortebleue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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