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3

from Un_post/Post_post 2012. 3. 13. 09:39
처음부터, 나는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두려워했다. 그것을 애써 감추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잊은 적이 없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고백하듯 말하고 싶지도 않다. 이를 밝히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사람들 속으로 이끈다고 해도 이를 원망하거나 피하고 싶은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사람들이 두렵지만 피하고 싶은 건 아니다. 병리학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극장에 대한 꺼림도 여기서 기인한다. 내가 극장을 찾는 까닭은 오로지 호기심 때문이다. 사람들의 반응,
매체의 별현. 나의 지식, 경험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의 왜곡 혹은 진실성의 확인. 그런 것들이 나를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극장으로, 이끈다.

오늘 아침, 좀 일찍 출근한 것도 그런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몸을 씻기라도 하듯,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오른쪽 귀로만 피아노를 들었다. 지속음을 방법론적으로 이끌기 위한 빠른 연주, 음의 휘발.
나는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온통 그 생각뿐이다. 죽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일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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