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3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14. 00:11






멋진 일요일이었다 목욕을 다녀와서, 잠들었고, 식사를 하고 잠들었다. 아주 게으르게, 그리고 늦게. 나는 이러한 형태의 일요일은 아주 좋아한다. 적어도 일요일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뒤늦게 정신을 수습하고 명동으로 늦은 미사를 다녀왔다. 오가는 길에 바르트의 밝은 방을 읽는다. 현대미학사에서 사진론으로 나왔던 그 책은 번역이 아주 별로였는데, 동문선에서 나온 다른 체목의 같은 내용의 이 책은 조금 나은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원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번역이 별로이네, 좋네 할 수 있는 것은 내용과 맥락 상 이해가 될 수 있는지, 바른 문장인지, 정도를 근거로 두는 판단인데, 보다시피 상당히 주관적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좋네는 like인 것이다. good이 아니라. 물론 농담이다.


"'자아'는 나의 이미지와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 왜나하면 무겁고 부동하며 집요한 것은 이미지이고(그렇기 때문에 사회는 이 이미지에 의지한다), 가볍고 분열되어 있으며 분산된 것은'자아'이기 때문이다."-바르트, <밝은 방>


이렇게 달력을 보니 일월이 중간이 얼마 남질 않았다 아주 더디게 가는 것만 같아서, 조바심도 나고, 불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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