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5

from Un_post/Post_post 2014. 2. 5. 22:40




다시 귀를 앓는다. 귀는 앓는 것은 좀 독특한 체험이다. 보이지 않는 곳이 보이는 모든 것을 관할하기 때문이다. 한쪽은 들리고 한쪽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지럽다. 덕분에 오전은 침대에서 누워 보냈다.


오후, 볕이 좋았다. 바람도 적당히 차고.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아서 오래오래 조잘조잘거리고 싶었다. 벅차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한참 가만 듣고만 있었다. 그게 너무 좋았다. 좋아서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저녁엔 편집자를 만났다. 지향 씨. 쌀국수를 먹었다. 어제도 먹었는데 또 먹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몰라서 그랬다. 그냥 무난하니까. 어제는 고수를 넣었는데, 오늘은 매운 고추를 넣어먹었다. 전혀 다른 음식이 되었다.


시도 한 편 썼다. 내가 시를 쓰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새삼, 내가 시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감격한다. 내가 시를 쓰면 사람들이 읽는다. 누군가는 좋아하고 누군가는 싫어한다. 누군가는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한다.


사적인 체험이 광활해지는 경험. 꼭 손바닥만 한, 네 손바닥만 한 손수건이 내게 주는 그런 경험. 어떤 각오를 한다. 아무런 각오도 하지 않기로 해놓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