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리, 2003년 초여름.

그런 구름과 그런 날씨는 이번 생에 더 없을 거였다.

벌써 알고 있었다. 그 예감은 맞았다. 지금껏 나는

그런 구름과 날씨를 다시 보지 못했다. 굉장해.

그렇게 말한 건 아마 나였을 것이다. 굉장해. 정말.

 

2003년 암스테르담, 네덜란드의 거리 그리고 초여름.

우리에겐 우산이 없었다. 그래서 젖어가고 있었다.

우리뿐 아니라 거리의 모든 게 젖어가고 있었다.

사방에서 비가 날아들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아.

맞다. 바람을 잊고 있었다. 그때 우리의 머리카락이 날린다.

j는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목이 마른 사람처럼.

비가 그렇게 오는데도, 바람이 그리 불어대는 중에.

그리고 다른 한 사람 c씨는 담배를 피웠다. 아닌가. 글쎄.

 

네덜란드 2003년 초여름의 암스테르담 거리.

세상에. 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거였다.

그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그런 구름, 그런 날씨, 그런 바람.

지금도 모든 게 선명하다. 그때는 그리운 게 없었다.

슬픔도 사라졌다. 아무렇게나 살고 있었지만, 아름다웠다.

우산이 없는 우리들도, 젖어가는 우리들도, 날리던 머리카락도

이제는 없다. j, 그랬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사진을 찍었나.

그때의 내가 c씨의 담배를 얻어 피운다. 굉장해 정말. 굉장해.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 노래를 부르던 흑인, 처마 밑에서 만난 눈이 선한 노인. 빗방울들,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 작은 투명, 네덜란드의 초여름, 암스테르담 거리. 그리고 2003년 초여름의 엽서와 우리들. 비틀린 채 아름다운 구름, 모든 것을 어둡게 만들어놓은 구름, 이마에 얹고 아직도 지우지 못한 구름. 굉장해 정말 굉장해. 그래서, 그다음엔 어떻게 되었나. 우리들은 어디로 갔지. 어디로 걸어갔지. 그날 저녁에 우리는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잠들었을까. 기억나 j? 기억해요 c? 다들 말이 없다. 셔터를 눌러대느라, 담배를 피우고 있느라.

 

아무튼 굉장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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