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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동네. prologue_J 2011.08.31
  2. 우리동네. 1_베란다 2011.02.18

우리동네. prologue_J

from Un_post/동네 2011. 8. 31. 01:41

그 아이의 이름은 J였다. 나는 그 아이의 K가 아니었지만.

J는 학교 뒤쪽에 살았다. 좀 오래 걸어야 했다. 나는 J의 집 앞을 지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버스 정류장을 지나 큰길을 건너, 비탈을 올라가야 하는 그 집 앞. 그래, 그 골목이 지구의 끝이었고, 시작이었다. 물론 그때는 몰랐다.

J는 하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J가 있는 곳은 언제나 반짝거렸다. J는 고무줄도 반짝거리며 넘었다. 반짝반짝 웃었으며, 웃을 때마다 좁아지는 미간도 반짝거렸다. 나는 하루종일, 반짝거리는 J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JK가 아니었다. J는 언제나 눈에 띄었다무수한 남자애들 J를 바라보고 싶어 했다. 첫사랑이, 그토록 아름답다는 것은 얼마나 큰 비극인지. 덕분에 나는 첫사랑을 생각하며 울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J는 어디에나 있었다. 미니수퍼에도 버스정류장에도 문방구에도 길 건너편에도. 골목을 돌 때마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J를 상상했다. 그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기도하는 마음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나는 J를 만난 적이 없다. 그 작은 동네에서, 어디에나 있던 J가 사라졌다. 내게 제구는 더 이상 J의 집 앞아 아니었다. 나는 혼자서 버스를 타고, 아주 멀리까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J.

생각해보면, 그때 J보다 더 예뻤던 것은, 사랑에 빠져 있는 나일지도 모른다. 다시, 예뻐질 자신은 없다. 그 예뻤던 때를, 다시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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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1_베란다

from Un_post/동네 2011. 2. 18. 12:37

 

 

 

 


맑은 날이면, 멀리까지 보였다. 나는 창밖을 좋아했다. 동네에서 제일 높은 언덕에 아파트가 있었다. 우리 집은 그중 가장 높은 층이었다. 창문이 있었다. 뽀얀 햇빛이 넘어왔다. 가는 눈을 뜨면 부유하는 먼지들이 보였다. 먼지의 시간은 늘어지고 늘어져 영원으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한 번쯤은 먼지가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억은 없지만,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엎드리는 것을 좋아했다. 장판의 무늬들이 좋았다. 그곳에 어떤 세계를 꾸미는 것이 좋았다. 장판 위로 물이 흐르고, 도로가 생기고, 왕국이 세워졌다. 무늬 하나하나를 그 틈과 작은 상처들을 외울 때까지 놀다 보면 저녁이 되었다. 까치발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라에서 제일 높다는 빌딩이 새끼손톱만 하게 보였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동네와 옆 동네와 먼 동네들의 아스라한 집들 나는 사랑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오랫동안 창밖을 바라보지 못했을 거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늘이 닿아 벌써 어두워진 집들도 있었다. 창문 너머러 하나둘 불을 올리는 그 집들에서 나는 저녁밥 냄새를 맡았다. 그건 우리 집 부엌에서 풍기는 냄새이기도 했다. 압력 밥솥이 돌아가고 물이 넘쳐 그 뜨거운 뚜껑에 닿아 증발하는 소리, 냄새. 그러면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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