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prologue_J

from Un_post/동네 2011. 8. 31. 01:41

그 아이의 이름은 J였다. 나는 그 아이의 K가 아니었지만.

J는 학교 뒤쪽에 살았다. 좀 오래 걸어야 했다. 나는 J의 집 앞을 지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버스 정류장을 지나 큰길을 건너, 비탈을 올라가야 하는 그 집 앞. 그래, 그 골목이 지구의 끝이었고, 시작이었다. 물론 그때는 몰랐다.

J는 하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J가 있는 곳은 언제나 반짝거렸다. J는 고무줄도 반짝거리며 넘었다. 반짝반짝 웃었으며, 웃을 때마다 좁아지는 미간도 반짝거렸다. 나는 하루종일, 반짝거리는 J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JK가 아니었다. J는 언제나 눈에 띄었다무수한 남자애들 J를 바라보고 싶어 했다. 첫사랑이, 그토록 아름답다는 것은 얼마나 큰 비극인지. 덕분에 나는 첫사랑을 생각하며 울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J는 어디에나 있었다. 미니수퍼에도 버스정류장에도 문방구에도 길 건너편에도. 골목을 돌 때마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J를 상상했다. 그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기도하는 마음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나는 J를 만난 적이 없다. 그 작은 동네에서, 어디에나 있던 J가 사라졌다. 내게 제구는 더 이상 J의 집 앞아 아니었다. 나는 혼자서 버스를 타고, 아주 멀리까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J.

생각해보면, 그때 J보다 더 예뻤던 것은, 사랑에 빠져 있는 나일지도 모른다. 다시, 예뻐질 자신은 없다. 그 예뻤던 때를, 다시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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