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_post/Post_post'에 해당되는 글 90건

  1. 그러니 어떤 아침에는 1 2011.01.27
  2. 어떤 뒷모습에게 3 2010.11.20
  3. 사회 유감 1 2010.11.18
  4. 어떤 편지에서 1 2010.11.17
  5. 너무 오래된 것들 1 2010.11.15
  6. 의견 1 2010.11.14
  7. 내가 1 2010.11.12
  8. 긴 목을 가진 그림자 1 2010.11.04
  9. 폭풍이 1 2010.09.02
  10. 묘사 2010.08.26
어떤 아침은 부서지거나 무너지기도 하는 법이다 나는 먼지와 먼지의 흐린 틈을 비집고 앞으로 간다 어떤 아침은 또 젖은 속내를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방학을 맞이하여 느리고 추운 꿈을 꾼다 그러면 나는 어둡고 비좁은 눈으로 지금을 둘러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울음,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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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뒷모습에게

from Un_post/Post_post 2010. 11. 20. 00:59

겨울이 찾아온 나라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눈은 아직 오지 않는다
도시에서 도시로 옮겨가는 길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뒤적인다
나는 오늘도 안녕하다. 당신도 대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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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감

from Un_post/Post_post 2010. 11. 18. 00:10

당신과 나 그러니 우리를 멈칫하게 만드는 것들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배웠고 잊지 못해 아프다. '빨간 선'은 우릴 얼마나 유혹하는가. 때론 스스로, 빨간 선이 되고도 싶다. 금기이면서 유혹인, 마치 원초적인 종교처럼, 우리를 붕괴하면서 동시에 우리인 쫓아내면서 삼키는 위배의 언어들, 위배를 말하고 듣고 맛보고 쓰다듬고 예감하는 신체, 그 감각의 일부가 되고 싶다. 이는 화장실 손잡이에 붙어 있던 붉은 언어 그리고 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문장이 어쩔 도리 풀려나갈 때 들은 소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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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편지에서

from Un_post/Post_post 2010. 11. 17. 09:21

"시를 쓰기 어려운 까닭은 저에게 시가, 접시 위에서 찰랑이고 흔들리는 물처럼 끝없이 달라지는 그 시라는 것이 마침 다른 리듬으로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또 이내 그 흔들린 각도와 모양과 자국을 놓고 종일, 그러니까 매일의 종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 안에 비치는 어떤 형상狀에 대해서도 저는 써야 할 것입니다. 그 깊이와 무게에 대해서도, 그러니 평생 시가 될 리 없겠지요. 다만 이번 괴로움은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시가, 그러니까 제가, 아니면 저만, 이거나 시만 움직이고 있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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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된 것들

from Un_post/Post_post 2010. 11. 15. 23:32

후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쑥 화가 나고 말았는데, 어쩌면 이렇게 고민이란 반복되나 달라진 건 왜 하나도 없나 그렇게 살아도 되나 그리고 잘사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고 조금 쪽팔려지기도 하였다 그러자 문득 어떤 여행이 생각났다 우리는 아주 긴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가방은 무거웠고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일렬로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린 할 말이 없었고 그래서 괜찮았다 사방 깊이 어두웠으므로 우리는 침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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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from Un_post/Post_post 2010. 11. 14. 19:09

나는 자꾸 어떤 목격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이고도 감동적인 것들이다. 그렇다고 하여 이 모든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데 대개의 것은 정확하게 표현할 자신이 없고 설령 겨우 적거나 말한다 해도 의미의 거의 모든 것이 사라진 채 문자나 소리만 남아 지극히 공허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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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from Un_post/Post_post 2010. 11. 12. 10:24
내가 시인일 때, 나는 불안하고 예민하다.
내가 시인이 아닐 때, 나는 내가 시인이기도 하여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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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목의 그림자가 내 창문으로 들어와 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숲에는 한 무리의 사내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그들의 등과 옆이 솔방울처럼 멀어 보였다
그림자의, 긴 목은 아마도 그들의 것
소나무가 거세게 달려온 것이다 여기까지
숲의 냄새가 난다 길고 긴 목을 가진
곧 밤이 될 것이다 저녁의 해는 사내들을 버릴 것이다
그들은 갈 곳을 잃은 채 창문에게 자신의 등을 내놓을 것이다
긴 목을 가지고 버려진 슬픈 개처럼, 슬퍼진 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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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from Un_post/Post_post 2010. 9. 2. 14:20

그 바다가 죽는다 이렇게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감아 담아온 명성이 쏟아진 다음,
 
투명한 손이 더듬어 고래古來가 젖어간다 그게 아니라면 고개를 숙인채 잠든 사람을 설명할 길이 없다

사진을 떨어뜨린 여자가 혼자 슬프다 바람이 앞을 쓰다듬는다 뒤가 서늘하다 달래기 힘든 아이가 울기 때문이다 여자가 눈빛을 아이의 볼에 붙인다

저기, 나눠가질 수 없도록 바다는 죽는다 죽어 찰랑이는 걸음을 남긴다 그런 건 가는 살을 가진 빗 같다 촘촘히 빗어 넘기는 검은 머리칼이거나 머리칼로 비유되는 것들

그것도 바다 창문 너머 생선의 고요가 파닥이고 있다 눈 먼 바다까지 가본 적이 없다


mortebleue, 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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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

from Un_post/Post_post 2010. 8. 26. 09:39
『낯선 시간 속으로』,  이인성

281쪽: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나는 바닷가로 나간다. 잿빛 하늘 가득히, 흰 점 점 점들이 부서져내려, 잿빛 바다 가득히, 주검의 넋처럼 홀연히 스며들고 있다. 여기서, 온 세상은 수도 없는 흰 점들이 희끗희끗 흩어진 점묘화인 양싶다. 다만 하늘과 바다만이 견고한 허무의 배경을 이룬다. 서로 조으아며 이미 경계선을 허물어버린 하늘과 바다는, 하나의 면으로, 아니, 작은 백지 속에서 내가 체험했던 자욱한 안개의 공간으로, 내 감각의 끝에서 몸을 치켜드는 복병같이, 희게 일어서는 파도가 내 발끝에서 부서진다. 희디흰 파열, 그것을 나는 하염없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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