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무도 없고 함께 있던 친구는 빈 맥주 캔을 남겨놓고 돌아갔다.
맛있다. 감자.한입이 또 한입을 부르고 다시 한입을 베어먹는 시간.
혼자서 맛있는 걸 몰래몰래 먹는 기분이다. 아무도 없지만. 침대는 비어 있지만.
나는 내가 유일해서 반갑다,고 말한다. 새벽에 먹는 찐 감자는 혼자서 배가 부르다.
mortebleue
나는 내가 아름답다. 나는 내 표상 속으로 함몰된다.
나는 내가 좋다. 내는 나의 표상 속에 편입된다.
바람은 분다, 가라
mortbleue
퇴근길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더듬대기 시작한다.
글에도 나는 있고 밤이 찾아온다.
어둑해진 길을 따라 집으로 간다
음악이다 지금,
음악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심장과
구체적인 얼굴과
나를 이루고 있는 관절
나는 비킬 곳 없는 길을 비킨다.
내가 저질러놓은 작별은
너무 길거나
너무 짧아서
나와 당신 사이
거리를 잴 수가 없다.
온갖 것 떠도는 동안,
저기 별이다.
저기, 저기도 또 별이다.
"나는 비킬 곳 없는 길을 비킨다" _김소연, 「바라나시가 운다」 에서
mortebleue
플루풀루
반복해 쓸수록 예쁘게 우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많이 아팠다,고 생각한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병이다.
무심결에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해버렸다.
아프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mortebleue
때 마침, 눈이었다가 비가 내린다.
마감에 마음이 시달린다.
어느 순간 놔버렸다.
그렇게 몸살이 왔나 보구나. 생각한다.
사소한 일이 언짢은 것을 보니, 오늘은 가만히 있다가 집으로 가야겠구나.
생각한다.
mortebleue
신문을 들고 지하철에 타는 건 습관이다.
오늘의 운세만 읽고 선반 위에 올리는 것도 습관이다.
오늘의 운세에 아침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것도 습관이다.
여유 있게 시작했어도 좋았을 월요일 아침.
이상하게 휘말렸다. 기분이 좋지 않다.
어젯밤의 환희가 아마득하다.
오해는 하지 말자. 그런 뉘앙스는 아니다.
mortebleue
열 명의
스무 개의 눈동자와
열 개의 뇌와
백 개의 손가락과
열 개의 혀
스무 개의 발
수십조 개의 세포
무한한 소름들
그리고 감각을 위해
지금 당장 책상에 앉아주시오.
부탁이오.
mortebleue
눈이 내린다
책상 위에는 침묵의 세계가 샌드위치와 올려져 있고
울고 싶어진다.
morteble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