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_post'에 해당되는 글 105건

  1. 삼각 김밥 4 2010.08.09
  2. 내 방 1 2010.08.08
  3. 오, 하늘 1 2010.07.27
  4. 꿈과 같은 1 2010.07.25
  5. 무거운 이야기들 2 2010.07.24
  6. 새벽에 감자 먹기 2 2010.07.22
  7. 오늘 사진#1 2010.04.07
  8. 한가로운 휴일 2010.03.21
  9. 오랜만. 2010.02.22
  10. 오! 2010.02.10

삼각 김밥

from Un_post/Post_post 2010. 8. 9. 02:44

은이가 준 삼각 김밥을 들고, 이곳은 그늘 속 같다.
삼각 김밥의 반을 씹는다. 아직 차가운 밥알들. 
비닐 포장을 잘 못 뜯는다고 구박하던 이가 있었다.
나는 아직도 삼각 김밥을 잘 뜯지 못한다.
고추장 불고기 양념이 오른 엄지에 슬쩍 묻었다.
 
나머지 반을 가지고 고민을 한다. 한입에 넣기에는 조금 많은 양.
고민하다가 깊이 잠들었을 이를 생각한다. 곧 가을이 될 것이다.
내년쯤엔 시집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욕심이지만, 그랬으면 좋겠다.
결국 한입에 다 넣고는 입을 가리며 씹는다.
입의 한쪽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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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from Un_post/Post_post 2010. 8. 8. 02:23

밤이 더 깊어져 아침이 다가오면 내 방의 이곳저곳에선 트럭의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린다 시동을 거는 자들의 얼굴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상상 속의 그들은 모두 검은색에 가깝다 아직 어둔 밤이기 때문이다 엔진의 예열이 끝나고 그들이 출발하면 그때부터 아침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시간 나는 그들 한 명 한 명 찾아가 그들의 손에 묻은 냄새를 맡는다 정신의 깊숙한 곳을 찌르는 그 냄새들이 나를 잠들지 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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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하늘

from Un_post/Post_post 2010. 7. 27. 01:24
나와 다른 한 명이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거대한 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조금도 꾸미지 않고 천천히 분리되며. 그래 구름이. 멀리에도 구름이 있었고 두 명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구름을 보고 있었다. 구름들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다. 저쪽으로. 그냥 저쪽으로 미끄러졌다.
두 명은 각각 무슨 말을 했는데 중요하진 않았다. 그저 나는 풀썩, 구름 위에 앉고 싶어 하는 어떤 한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꾸 풀썩, 풀썩,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밤이 왔다. 나와 다른 한 명은 더 이상 나무 의자에 앉아 있지 않았다.
구름은 조금만 보였다. 나는 그것도 좋았다. 다른 한 사람은 어땠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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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같은

from Un_post/Post_post 2010. 7. 25. 22:23

구름이 조각조각 흩어지고 있었다. 같이 걷던 이는
살짝 손을 잡았다가 팔짱을 꼈다가 이내 걸음을 흐트러뜨리고는 멀어졌다.
희안하게도, 잠이 쏟아졌다.입술에 묻는 가루들이 날아다녔다. 언어였다.
멀리 이 층만 한 소나무 두 그루가 보였다. 아쉬운 것들, 소리 없는 것들이 모두 내 것이었다
나는 걷고 있었다. 내가 아닌 것들이 보였다가 보이지 않게, 뒤로 물러났다
함께 걷던 이는 후후 웃었다가 금방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멀리까지 걸었다. 아주 멀리까지 걸어 간 기분이었다.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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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이야기들

from Un_post/Post_post 2010. 7. 24. 01:50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커다란 이불을 둘러 덮고 올망졸망하게 누운 또래 친척들.
지금처럼 그때도 나는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했다. 형들은 많은 이야기들을 알고 있었다.
이불로 입을 틀어막으며 키득거리게 만든 그 이야기들.
이불의 두께와 감촉만 남아 있어서 다행이야. 지금은 그렇게 웃지 않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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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감자 먹기

from Un_post/Post_post 2010. 7. 22. 02:23
찐 감자 세 개가 생겼다. 그중 한 개의 껍질을 홀랑홀랑 벗겨내 감자를 먹는다.
지금은 아무도 없고 함께 있던 친구는 빈 맥주 캔을 남겨놓고 돌아갔다.
맛있다. 감자.한입이 또 한입을 부르고 다시 한입을 베어먹는 시간.
혼자서 맛있는 걸 몰래몰래 먹는 기분이다. 아무도 없지만. 침대는 비어 있지만.
나는 내가 유일해서 반갑다,고 말한다. 새벽에 먹는 찐 감자는 혼자서 배가 부르다.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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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진#1

from Un_post/Post_post 2010. 4. 7. 00:29

 

 


                                      나는 내가 아름답다. 나는 내 표상 속으로 함몰된다.
                                      나는 내가 좋다. 내는 나의 표상 속에 편입된다.

                                      바람은 분다, 가라

 


                                      mort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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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휴일

from Un_post/Post_post 2010. 3. 21. 13:38
허전하지만,
한가로운 휴일이네.

참 오랜만이다. 이토록 한가하다니.

책도,TV도 보기 싫은 지금.
블로그에는 뭐라고 남겨놓고 싶었다.

이런 시간엔, 낮잠 자기도 아쉽다.

나 혼자다. 지금은 나 혼자다.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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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

from Un_post/Post_post 2010. 2. 22. 00:40

오랜만이다. 블로그. 이따금 집 같기도 한 이곳에 더듬대며 적는다.

오늘은 『카프카와 인형의 여행』(문지아이들, 2010)을 읽었다.
카프카란 이름으로 가슴이 가득 채워졌다. 그래서 조금 슬퍼졌다.
글 쓰는 사람만의 상상, 글 쓰는 사람만의 행동, 글 쓰는 사람만의 감정.
이런 '선배'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나는 글쓰는 것이 자랑스럽다.

희곡을 40여장 썼다. 피곤하다. 피곤으로 뿌듯하다.
좋지 않은 희곡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다.
다만 적고 또 적을 뿐이다. 어쩌면 내일, 늦어도 모레까지는 끝낼 생각이다.
그리고 다시 지난한 퇴고의 작업. 그래도 참 오랜만이다.

L과 같이 저녁으로 짬뽕을 먹었다. 별반 맛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비싼 집.
신선한 해물과 조미료가 들어 있지 않을 국물 그리고 자장면을 좋아하는 옆 테이블 아기.
긴 겨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잠시 생각해보았다.
아무래도 나는 계절이 끝나고 다시 계절이 시작되는 그때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 기간만큼 환상적인 때가 있을까. 세계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잎 하나로

            정현종

세상 일들은
솟아나는 싹과 같고
세상 일들은
지는 나뭇잎과 같으니
그 사이사이 나는
흐르는 물에 피를 섞기도 하고
구름에 발을 얹기도 하며
누에는 번개 귀에는 바람
몸에는 여자의 몸을 비롯
왼통 다른 몸을 열반처럼 입고

왔다갔다하는구나
이리저리 멀리멀리
거을 나무에
잎 하나로 매달릴 때까지.


나는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 사이 폭풍과 같은 아름다운 현묘를 사랑한다.
혼돈만큼 가슴 뛰는 것이 또 어디 있을까.


mortebleue, 유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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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from Un_post/Post_post 2010. 2. 10. 00:29

 

 

퇴근길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더듬대기 시작한다.
글에도 나는 있고 밤이 찾아온다.
어둑해진 길을 따라 집으로 간다
음악이다 지금,
음악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심장과
구체적인 얼굴과
나를 이루고 있는 관절

나는 비킬 곳 없는 길을 비킨다.
내가 저질러놓은 작별은
너무 길거나
너무 짧아서
나와 당신 사이
거리를 잴 수가 없다.

온갖 것 떠도는 동안,
저기 별이다.
저기, 저기도 또 별이다.

"나는 비킬 곳 없는 길을 비킨다" _김소연, 「바라나시가 운다」 에서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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