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플루

from Un_post/Post_post 2010. 2. 3. 02:52

 

 


플루풀루
반복해 쓸수록 예쁘게 우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많이 아팠다,고 생각한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병이다.
무심결에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해버렸다.

아프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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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좋질 않다.

from Un_post/Post_post 2010. 1. 27. 17:33

 

 

때 마침, 눈이었다가 비가 내린다.
마감에 마음이 시달린다.
어느 순간 놔버렸다.
그렇게 몸살이 왔나 보구나. 생각한다.

사소한 일이 언짢은 것을 보니, 오늘은 가만히 있다가 집으로 가야겠구나.
생각한다.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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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from Un_post/Post_post 2010. 1. 25. 11:25

 

 

신문을 들고 지하철에 타는 건 습관이다.
오늘의 운세만 읽고 선반 위에 올리는 것도 습관이다.
오늘의 운세에 아침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것도 습관이다.

여유 있게 시작했어도 좋았을 월요일 아침.
이상하게 휘말렸다. 기분이 좋지 않다.

어젯밤의 환희가 아마득하다.

오해는 하지 말자. 그런 뉘앙스는 아니다.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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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형에게

from Un_post/Post_post 2010. 1. 23. 19:11


 

 

열 명의
스무 개의 눈동자와
열 개의 뇌와
백 개의 손가락과
열 개의 혀
스무 개의 발
수십조 개의 세포
무한한 소름들
그리고 감각을 위해

지금 당장 책상에 앉아주시오.
부탁이오.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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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

from Un_post/Post_post 2010. 1. 15. 09:37

 

 

눈이 내린다
책상 위에는 침묵의 세계가 샌드위치와 올려져 있고

울고 싶어진다.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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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풍경」

from Un_post/Post_post 2009. 12. 30. 11:14

 




싱그러운 巨木들 언덕은 언제나 천천히 가고 있었다


나는 누구나 한 번 가는 길을
어슬렁어슬렁 가고 있었다

세상에 나오지 않은
樂器를 가진 아이와
손쥐고 가고 있었다

너무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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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조용하다. 나는 누구나 한 번 가는 길을 어슬렁어슬렁 가고 있다.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악기를 가진 아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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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소리와 함께 불이 들어온다.
회사 앞 작은 정원에는 가스등 모양의 전등 두 개가 있다.
눈은 그쳤다. 하얀색 위로 전구 불빛이 어린다.
생각난다. 오래전, 나는 사람들에게 묻고 다녔다.


이불을 덮은 몸에는 까마득한 우주가 구겨져 있다. 
이번 겨울은 알 수 없게 따뜻했다.
아득하다. 벌써.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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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때문에 죽고 살 일은 없었으면 하는데
자꾸 엄마는 시를 놓으라고 울고 나는 고양이를 울린다
자꾸 시 가지고 생활을 반성하는 놈 좀 없었으면 하는데
시 때문에 30분을 책상에 앉아 있다가도 참혹해지고
시 한 편 발표하고 나면
몰래 거리에 쓰레기 봉지를 두고 온 기분이 든다

시 때문에 살 일 좀 생겼으면 하는데
사형수가 교수대를 향해 걸어가면서
뒤따라오는 간수들에게 갑자기
자꾸 밀지 말라고 울먹이는 광경처럼

밀지도 않는데 떠밀리고 있다는 느낌으로부터

시만 짜서 이대로 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

시 때문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
오래 시 안 쓰다가 다시 쓴다는 놈 생각
좀 하고
다시 쓴다는 놈치고
세상의 속물 다 겪은 후 오만하게 돌아온 것 못 봤다
그게 시의 구원이라면
시 때문에 형편없는 연애라도 그만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도 해 보지만
시 때문에 죽어서도 까불지 못하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따지고 볼 것도 없이 신파란
내 쪽에서 먼저 부러우면 지는 법이다
이기고 지고 살 일도 아닌데 시 때문에
이름 없는 무덤 옆에 가서도 잠도 자 보았다

시 때문에 울먹이는 일 좀 없었으면 하는데
하루도 새가 떨어지지 않는 하늘이 없다

김경주, 『시차의 눈을 달랜다』(민음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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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침대에 누워 경주 형의 시집을 얼핏, 펼치다가 보고 적는다.

따뜻했던 저녁이 추운 밤이 되고 아까는 문득, 그런데 춥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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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만큼 깊어지는 여자의 우울과
우울을 모독하고 싶은 악의 때문에

창문 꼭꼭 닫아둔 여자의 베란다에선
여린 식물들부터 차례대로 말라 죽기 시작했다
볕이 너무 좋았으므로 식물들은
과식을 하고 배가 터져 죽게 된 것이다

악의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여자의 노련함 때문에
한 개의 꼬리가 아홉 개의 꼬리로 둔갑한다
꼬리를 감추기 위해 여자는
그림자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챈다
아스팔트에 내동댕이를 친다

자기 기억을 비워내기 위해
심장을 꺼내어 말리는 오후
자기 슬픔을 비워내기 위해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헹구는 오후

여자는 혼잣말을 한다
왜 나는 기억이나 슬픔 같은 것으로도 살이 찌나
왜 나의 방은 추억에 불만 켜도 홍등가가 되나

늙어가는 몸 때문이 아니라
나이만큼 무한 증식하는 추억 때문에
여자의 심장이 비만증에 걸린 오후
드디어 여자는 코끼리로 진화했음을 안다

진화에 대해서라면 여자도 할 말이 있었다
한때 여자도 텅 빈 육체로 가볍게 나는
작고 작은 새 한 마리였으므로

이제 여자는 과거에 대해서만
겨우 할 말이 있을 뿐이다
공복의 시간은 여자에게 그때뿐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없고 시시각각만이 존재하는
여자 앞에서
아무도 세월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축대 난간에 기댄 모르는 노인네의 울음까지도
귀 기울여 참고해왔으므로 여자는 안다

사람의 울음을 위로한 자는 그 울음에 접착된다
사람의 울음을 이해한 자는 그 울음에 순교한다
그러나 울음은
유목의 속성이 있어 들어줄 사람을 옮긴다
더 큰 울음보를 장전하기 위해
더 큰 고통을 발명한다

여자의 손안에는 꼭 쥐어 짓물러진
과일이 들어 있다
그 즙이 소맷자락을 타고 올라가
끈끈한 악취를 풍긴다
그럴 때면 여자는 안달이 난다

악취를 우울로 포장해줘
시퍼런 나뭇잎들은 나의 우울을 모독해줘
후회 없이 하루를 살다 누렇게 시들게 해줘

여자는 언제나 얌전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순교자를 강간하고 퍼질러 앉았던
꽃방석이 있다
비로소 여자는 기형아를 낳는다

기형아를 꺼내고 홀쭉해진 배를 여자는
시뻘건 육식으로 가득 채운다 마치 아귀처럼
마치 악다구니처럼 그렇지만 아름다웁게

(김소연, 『눈물이라는 뼈』, 문학과지성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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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자는 과거에 대해서만
겨우 할 말이 있을 뿐이다"

"사람의 울음을 이해한 자는 그 울음에 순교한다
그러나 울음은
유목의 속성이 있어 들어줄 사람을 옮긴다
더 큰 울음보를 장전하기 위해
더 큰 고통을 발명한다"

"시퍼런 나뭇잎들은 나의 우울을 모독해줘
후회 없이 하루를 살다 누렇게 시들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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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차

from Un_post/Post_post 2009. 12. 15. 17:37

 

 

'유자차를 끓이고 싶다'라는 글을 보자니,
유자차 향이 그립구나. 따뜻한 컵에 손을 대고
가능한 모든 숨을 끌어모아서
향을 맡고 싶다. 벌써, 코끝이 차다.

겨울이다. 숨겨두었던 것들이 생각난다.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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