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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04 1 2011.09.05
  2. 우리동네. prologue_J 2011.08.31
  3. 20110828 4 2011.08.28
  4. 20110820 2 2011.08.21
  5. 쉼표에 대해 2011.06.05
  6. nothing 2011.03.01
  7. 새소리 2011.02.24
  8. 우리동네. 1_베란다 2011.02.18
  9. 그리고, 비밀 2011.02.17
  10. 나는 나눌 수 없는 작은 것들로 2 2011.02.13

20110904

from Un_post/Post_post 2011. 9. 5. 01:27
9월 4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지 않는다.
새벽의 고속도로. 구름의 언덕.
또, 쓸 핑계를 찾아가다.
오늘 현현한 이미지들, 나비가 날아가다. 하얀 날개의 나비와 잿빛 날개를 가진 나비.
꿈틀거리는 것들. 길게 자린 풀을 베다. 풀을 베며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돌아오는 길은 막혔고, 나는 고구마 튀김을 먹었다.
잠시, 아주 잠시 어떤 생각을 하고 지우다. 
살아가다. 어머니는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다. 동생은 성당에 갔고,
나는 한 시간 전쯤엔 얼음을 깨물어 먹고 있다.
얼음의 조각들이 거센 소리를 내다. 잠시, 내가 나보다 작아지다.
녹아 사라져버리다.
책을 읽지 않다. 야구 중계를 틀어놓고 잠들다. 소파 위에서 눈을 뜨다.
저녁을 먹다. 잠시, 내일 점심에 대해 고민을 하다.
시를 쓰려다가 관두다. 네가 전화를 받지 않다. 전화기를 내려다보다가,
골몰하다. 하루에서 어떤 것은 삭제하고 어떤 것은 남겨두다.
사늘해진 밤에 음악을 듣다. 끝까지 듣지 않다. 남은 부분은 남은 채 남다.
9월 4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버리는 척하고, 5일이 오다.
어떤 생활은 생활에 불과하다. 밤 구석에 서서 누군가 창문을 열고 침을 뱉는
소리를 훔쳐 듣다. 누군가의 글을 훔쳐보다. 
내가 아프다. 아닌게 아니라. 가슴부터 아프다. 바라봤을 때 가슴의 왼쪽 부분이 쿡 아프다.
가슴 쪽에선 오른쪽 아래 부분이 쿡 아프다.

아마 내일은 괜찮아도 좋을 것이다.

 

mortebleue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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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prologue_J

from Un_post/동네 2011. 8. 31. 01:41

그 아이의 이름은 J였다. 나는 그 아이의 K가 아니었지만.

J는 학교 뒤쪽에 살았다. 좀 오래 걸어야 했다. 나는 J의 집 앞을 지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버스 정류장을 지나 큰길을 건너, 비탈을 올라가야 하는 그 집 앞. 그래, 그 골목이 지구의 끝이었고, 시작이었다. 물론 그때는 몰랐다.

J는 하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J가 있는 곳은 언제나 반짝거렸다. J는 고무줄도 반짝거리며 넘었다. 반짝반짝 웃었으며, 웃을 때마다 좁아지는 미간도 반짝거렸다. 나는 하루종일, 반짝거리는 J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JK가 아니었다. J는 언제나 눈에 띄었다무수한 남자애들 J를 바라보고 싶어 했다. 첫사랑이, 그토록 아름답다는 것은 얼마나 큰 비극인지. 덕분에 나는 첫사랑을 생각하며 울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J는 어디에나 있었다. 미니수퍼에도 버스정류장에도 문방구에도 길 건너편에도. 골목을 돌 때마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J를 상상했다. 그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기도하는 마음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나는 J를 만난 적이 없다. 그 작은 동네에서, 어디에나 있던 J가 사라졌다. 내게 제구는 더 이상 J의 집 앞아 아니었다. 나는 혼자서 버스를 타고, 아주 멀리까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J.

생각해보면, 그때 J보다 더 예뻤던 것은, 사랑에 빠져 있는 나일지도 모른다. 다시, 예뻐질 자신은 없다. 그 예뻤던 때를, 다시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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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8

from Un_post/Post_post 2011. 8. 28. 01:16


*
집에 돌아가는 길. 흔들리는 것들 아래선 정신을 잃는다.

*
잎들이 흔들린다. 그런 소리가 들린다. 잎들이 흘리는 그림자 아래 서 있다. 나는 보였다가 보이지 않았다가 다시 보이는 것이다.

*
흔들리는 것들.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 쓴다. 가라앉은 것들도 실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
사랑! 사랑도 그러하다. 뜬 눈 속 눈동자는 당신의 표정 위에 떠 있다. 당신이 흔들리는 방향을 따라 흔들린다. 가만히 있는 당신도 사실, 흔들리고 있다.

*
글자 위에도 뚜렷한 감정이 맺혀 있다. 맺힘은 흔들림의 직전. 흔들림을 위한 위대한 거짓말. 나는 흔들리는 것에 대해 쓰고 흔들리기 직전에 대해서도 쓴다.

*
침대에 누워 있는 나는 흔들리기 위해 조금 움직이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너무 많은 생각들이, 있다. 나오다. 생각이 나오다. 나와서 있다. 있기 위해서 흔들리려고 한다.

*
흔들리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다. 죽음도 흔들린다. 흔들리는 죽음 앞에서 사람은 운다. 죽음이, 스스로 흔들리는 것 같아서.

*
그러므로 어떤 생각과 감정과 사물을 사람들은 한자리에 놓아두려고 한다. 사람들은 땀을 흘리고, 땀은 미끄러져 떨어진다.

*
떨어진 것은 존재를 ‘던진다.’ 던지다니. 아프다.

*
아픔은 흔들림의 절정이다. 고통이 사그라질 때, 관계는 성립되기 시작한다. 관계는 고통이 없이는 증명되지 않는다.

*
증명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관한 것은 아니다. 무관해 보이는 것들 앞에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는 존재를 느낀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지는 모른다. 나의 쓰기는 그에 대한 극복일 수도 있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
문득, 당신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당신과 나는 무관해보인다. 그 距離가 아프다. 통증이 온 우주를 뒤덮는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상상이 증명되지 않았다. 목숨을 걸 만한 증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
공기가 희박한 곳에 가면, 비명은 멀리까지 가지 못한다. 흔들릴 뿐이다.

*
생은 또 그렇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아름다워진다.


by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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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0

from Un_post/Post_post 2011. 8. 21. 00:39

작은 카메라, 정한아 시집, 글렌굴드와 정완이 공연 보러 대학로 가는 길.
마음이 편안하다. 음모를 탁 털어 책상 속에 넣어둔 기분이다. 빛이 많다.
종일 잔 셈이다. 나는 괜찮다.정한아 시집은 정말 훌륭하다.
아껴서 읽는 중이고 다 읽은 뒤에도 아끼게 될 것이다.
버스에선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사람들은 어떤 순간 아름답다.
점점 호오가 분명해진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다.
좋은 것에 대한 고집을 늘려갈 것.
어머니가 끓여낸 수제비. 한 입 정도로 잘린 파전의 저녁 식탁.
호기심 없이 말을 보며 늙어가는 사내들. 그들의 냄새가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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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에 대해

from Un_post/Post_post 2011. 6. 5. 02:14

1. 쉼표는 읽는 사람의 호흡을 살리는 대신 단어의 호흡을 뺏는다.

2. 읽는 이가 아닌 단어가 될 것.

3. 단어는 연결될 때 의미를 갖는다. 독립적인 경우는 흔치 않다.

4. 독립시키려는 경우 의도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쉼표는 근거를 갖는다.

4-1 근거는 드러나서도 안 되며 본능에 기대서도 안 된다.

5. 이에 실패할 경우 쉼표는 사용자의 빈곤을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6. 독립된 단어는 독립된 정황이다.

7. 혹은 쉼표는 투명한 현상이다. 그것은 유리 벽으로 작동한다.

8. 쉼표의 난발은 전체다 하나로 적용 될 때 허락되어야 한다.

9. 숨은 쉼의 일부지만 쉼은 숨과 무관하다.

10. 쉼표는 문이 되기도 하는데, 출과 입은 같아야 한다.

10-1. 쉼표는 미궁이거나 미궁의 입구가 되어선 안 된다.

10-2. 닫힐 때는 하나의 단어로 작동할 것.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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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from Un_post/Post_post 2011. 3. 1. 13:54




모르겠다

억울하다

내가 잃은 것들과
잃어가고 있는 것들
잠들어 있던 불안이 손끝을 끌어당긴다 하얀 그림자가 움직인다 오래된 일들이 끌려와 몸을 떤다 무서워하고 있다 한밤 중에 놓인 인형처럼 불길한 음악을 듣는 늙은 사내처럼 폭풍을 맞이한 유리창처럼


mortebleue






iPod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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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

from Un_post/Post_post 2011. 2. 24. 15:38




새가 우는 소리가 들리고 새는 보이지 않는다 
정원에 물을 뿌리는 사람이 있다 
이 분명한 일들이 고요의 오후를 끌어온다






mortebleue,

iPod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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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1_베란다

from Un_post/동네 2011. 2. 18. 12:37

 

 

 

 


맑은 날이면, 멀리까지 보였다. 나는 창밖을 좋아했다. 동네에서 제일 높은 언덕에 아파트가 있었다. 우리 집은 그중 가장 높은 층이었다. 창문이 있었다. 뽀얀 햇빛이 넘어왔다. 가는 눈을 뜨면 부유하는 먼지들이 보였다. 먼지의 시간은 늘어지고 늘어져 영원으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한 번쯤은 먼지가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억은 없지만,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엎드리는 것을 좋아했다. 장판의 무늬들이 좋았다. 그곳에 어떤 세계를 꾸미는 것이 좋았다. 장판 위로 물이 흐르고, 도로가 생기고, 왕국이 세워졌다. 무늬 하나하나를 그 틈과 작은 상처들을 외울 때까지 놀다 보면 저녁이 되었다. 까치발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라에서 제일 높다는 빌딩이 새끼손톱만 하게 보였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동네와 옆 동네와 먼 동네들의 아스라한 집들 나는 사랑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오랫동안 창밖을 바라보지 못했을 거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늘이 닿아 벌써 어두워진 집들도 있었다. 창문 너머러 하나둘 불을 올리는 그 집들에서 나는 저녁밥 냄새를 맡았다. 그건 우리 집 부엌에서 풍기는 냄새이기도 했다. 압력 밥솥이 돌아가고 물이 넘쳐 그 뜨거운 뚜껑에 닿아 증발하는 소리, 냄새. 그러면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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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밀

from Un_post/Post_post 2011. 2. 17. 09:41

 

 

 

낡은 거리 위로 아무도 걸어가지 않는다 거기, 쓰러진 그림자들 사이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아쥔 내가 있다 영영 돌아오지 않을 구름이 지나간다 나는 울음을 믿지 않았으므로 알사탕을 문 아이처럼 울고 싶었다


어둠이 녹아내리고 모든 것이 반짝인다 반짝이지 않는 것은 모든 것에 포함되지 않는다 얇고 가벼운 입술에서 태어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차가운 손끝을 내놓고 있다 그건 누군가 찾아오는 소리 같고 나는 문을 닫을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나는 누군가의 회색 코트 위에 서 있다 그런 일은 습관적이다 이 겨울에 누구나 나눠 갖는 비밀 같은 것 아무 말 없이 그러므로, 누군가의 창백한 얼굴을 떠올리거나 표정을 삼켜버리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대해서는 적지 않는다


그 회색 코트 위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어야 하는 것일까 영문 없이 말라 바스러지는 그림자들, 날아가 흩어진다 어떻게 되었든 나는 계속 지나갈 것이다 먼지 묻은 어둠을 털어내며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너무 거칠고 투명하다 그래,


누구나 그렇길 바란다고 나는 중얼거린다 아니 중얼거린 건 내가 아니고 나는 들었는지도 모른다 잠깐 어깨가 움츠러든가까운 곳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리거나 수그려도 나는, 이제 보이지 않을 것이다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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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전체가 그 이름 하나일 수밖에 없는 것들은 얼마나 단단한가. 그것들의 이름을 부르고 나는 혼자서 즐거워한다. 그런 것들은 내 입속을 단단하게 만들고 또 단단한 것들 사이에서 내가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한 몸이면서 한몸인, 나를 부르고 흔들리고 그러나 여전히 하나인.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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