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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8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8. 00:50





"힐의 사진에서도 빛이 어둠에서 힘겹게 생겨나고 있다."_발터 벤야민, <사진의 작은 역사>


어두운 사진을 찍는 것, 빛이 어둘에서 드러나게 하는 방식. 연습을 해볼 필요가 있다. 밤보다는 빛이 강한 낮에, 감도를 최대한 낮추고, 조리개를 최소로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셔터 속도로만 사진을 찍는 것. 핀홀의 그것처럼. 그렇게 해서, 빛의 흔적을 더듬어보는 것이다. 내일부터 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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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5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6. 01:42

 

 

 

 

 

 

"마주 잡은 손 끝의 힘이 점점 더 희미해지고 마주 향하던 그 눈빛은 점점 더 흐릿해지고"


-곰피디, <물고기자리>

 

 

 

스치다와 희미해지다 사이, 대상에 대한 분명한 인지는 감정에서 나온다. 이런 노래엔 그저 감탄어린 찬사만 나올 뿐인데, 이렇게 지난 시간에 남는 것은 사람이다. 그렇게 남는 사람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확신하건대, 이 가사는 손이 적은 것이다. 사람이 적은 것이 아니다. 사람을 남기는 것은, 슬픔이거나, 눈이거나, 마음이거나, 결국 손이다. 그 손이 적은 것이다. 시도 그러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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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4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5. 03:05





"잔학 행위 이후 우리는 비슷하고 뻔한 사과를 들을 수 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다. 피해자가 과장을 한다. 피해자가 초래한 일이다. 그리고 어떤 사건이든 이제 과거는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가해자의 권력이 크면 클수록, 현실을 명명하고 정의하는 그의 특권은 더욱 커지고, 그의 논쟁은 더 완전해지고 강해진다."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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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는 권력의 것이다. 권력은 그 둘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란, 권력의 입장에선 힘의 이양, 즉 죽음을 의미한다. 가난하고 헐벗은 우리에게 현재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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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단에겐, 이번 대선의 패배는 괴멸, 정신적 사상적 심지어 육체적,을 의미한다. 궁지에 몰렸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하는 것. 정치,라는 게임의 패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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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3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4. 00:31





오래된 친구와 오래도록 당신 이야기를 했습니다. 


"신기하여라, 내 잠 속에 가득한 생명." -마종기


어떤 이야기는 스스로 울먹이기도 합니다. 아주 낡아버린 테이블에 몸을 기댄 채 서로를 향하여 귀를 기울이던 나와 내 친구는 그런 대화는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또 내내 다른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둥근 원 밖으론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요. 나는 그를 알았고, 그는 나를 이해했던 까닭입니다. 그렇게 오늘 나와 내 친구는 하루 밤만큼 늙어갔습니다.


"노래를 부르다가 터져 나오는 내 울음,/ 입술을 깨물어도 도저히 그칠 수가 없네요." -마종기


친구와는 집 앞에서 헤어졌습니다. 문을 앞두고 나는 당신 근처에서 내내 망설였습니다. 여지껏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지만, 도저히 나는 그리고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평생을 그리하겠지요. 당신의 근처에서 내내, 망설이겠지요. 우연히 당신, 그런 나를 보게 되면 뭐라고 말할까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요.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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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1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1. 23:43





"그러나 사진이 현전시키는 대상 또한 대상 자체가 아니라 대상에 대한 '사진적'이미지이다. 다시 말해 작가의 관점에 의해 변행되지 않은 피사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진이 예술일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성복, <오름 오르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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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시 역시 같은데, 우리가 쓰는 시란, 시가 아니라 시적인 어떤 것이다. 정직한 의미에서 '시'는 존재할 수 없으며, 우리는 시를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애쓴다. 시가 예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를 생각하기보다 시적인 것을 생각하자는 황지우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나는 끈임없이, 시적인 것을 의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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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2013년 새해다. 오래 걸었다. 둥지를 기웃거리는 일. 녹지도 더 얼지도 않은 눈으로 덮인 길을 걷는 일. 새해에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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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메말라가고. 사람은 죽기도 한다는 것을 배운 그때쯤 y는 유품을 찾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 아버지의 사무실로 갔다. 돌아가신 지 한 달이 좀 안 되는 어느 날이었고, 늦가을의 저녁이었고, 빈 자리는 서늘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남긴 것 없이 남은 것만 있는 사무실 책상을 짚고 한참을 서 있었다.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누가 물을 한 잔 두고 갔다.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는데, 벌써 문이 닫혔다. 왜 물일까. 내가 울기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한 컵만큼의 눈물을 쏟으려면 얼마나 울어야 할까. y는 조금 비뚤어져서, 그렇게 생각했다.

 딱히 어느 방향도 아니게 엉거주춤하게 서서 바라본 창밖은 옆 건물의 벽만 보였다. 그리고 시내로 이어지는 길을 달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소리들. 멍하게 그 소리를 듣던 y는 죽고 못살았던 것처럼 이럴 필요는 없는데. 생각했고, 웃음이 나왔고 그 웃음을 참지 않았다. y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문 너머로 소리가 들릴까 봐, 입을 막고 한참을 있었다. 점점 입안이 말라왔지만, 물을 마시기는 싫었다. 어서 나가고 싶을 뿐이었다. 서둘러, 가지고 온 박스에 몇 권 책과, 서류뭉치를 넣었다. 더는 넣을 것이 없었다. 생각보다 너무 가벼운 박스가 꼭 자신 같아서 y는 쓸쓸해졌다.

문득, 책상의 한 귀퉁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 그 위에 적혀 있는 y의 이름이. y는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아버지의 필적이었다. 힘주어 눌러 쓴, 아니 거의 새겨놓은 듯한 y의 이름이 거기 있었다. 아무리 자세히 보아도, 그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뭐였을까.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y는, 어느 저녁 이 자리에 앉아 어둑어둑해지는 건너편 건물의 외벽을 바라보다가, 뭔가 떠오르기라도 한 듯 y의 이름을 적었을 아버지를 상상해보려 애썼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스르륵 아버지 모습이 뒤로 물러나는 것이었다. 바퀴 달린 의자를 뒤로 미는 사람의 모습처럼. 어떤 리듬으로. 천천히. 멀리.

계속, 계속, 창밖은 더 어두워질 수 없을 때까지 어두워졌고, 차들은 여전히 내달리는 중이었다. 옆방에서 누가, 짧게 헛기침을 했을 뿐, 건물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다. y는 오래 눈을 감고 있었다. 움직이면, 넘칠까봐 겁내는 한 컵의 물처럼.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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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3

from Un_post/Post_post 2012. 3. 13. 09:39
처음부터, 나는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두려워했다. 그것을 애써 감추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잊은 적이 없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고백하듯 말하고 싶지도 않다. 이를 밝히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사람들 속으로 이끈다고 해도 이를 원망하거나 피하고 싶은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사람들이 두렵지만 피하고 싶은 건 아니다. 병리학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극장에 대한 꺼림도 여기서 기인한다. 내가 극장을 찾는 까닭은 오로지 호기심 때문이다. 사람들의 반응,
매체의 별현. 나의 지식, 경험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의 왜곡 혹은 진실성의 확인. 그런 것들이 나를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극장으로, 이끈다.

오늘 아침, 좀 일찍 출근한 것도 그런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몸을 씻기라도 하듯,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오른쪽 귀로만 피아노를 들었다. 지속음을 방법론적으로 이끌기 위한 빠른 연주, 음의 휘발.
나는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온통 그 생각뿐이다. 죽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일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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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1

from Un_post/Post_post 2012. 3. 11. 16:06
나는 많은 생각을 원하지 않는다. 혼자서 여행을 가는 일은 그래서 좋고, 싫다.
혼자하는 여행, 많은 생각이 나를 찾아오고, 그것들은 감당하지 못해서 혼자가 되어버린다. 
그저, 완전하게 혼자가 되는 일.
오랫동안 찾아 헤매는 일이다. 내가 완벽하게 지워지는 일. 그런 일은 죽음 전에는 없겠지.
그때는 너무 늦어버렸을 것이다. 아마 잠시 황홀하겠지. 몹시 슬프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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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에게

from Un_post/Post_post 2011. 9. 9. 02:19
나의 친구에게
- J



이곳에 편지를 남기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결심한 후에 창문을 열었습니다. 서두르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침착해졌고, 아끼는, 어디에 두었는지 잊고 있었던 만년필이 떠올라 찾았습니다. 잉크가 다 말라버렸더군요. 한 계절을 쓰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글씨를 써보았습니다. 저의 이름으로부터 시작해서 막연하게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었지요.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아서 긴 문장도 썼는데, 그 내용은 영영 알 길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혼자 있기 때문입니다. 이 ‘혼자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침묵의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그럴 필요도 없는 지금, 저는 나의 친구인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혼자라는 감정은, 당신이 이른 것처럼 “참담”합니다. 그 덕분에 황홀하기도 하여서, 나에게는 꼭 필요합니다. 매번 그렇지는 않습니다. ‘혼자’를 인식하게 되는 것은 나의 방으로 돌아와, 필요한 절차를 해치운 다음에야 가능합니다. 나에게 문밖은 언제나 혼란하고 방만하여서 두렵고 어지럽습니다. 안을 만드는 것은 바깥입니다. 나는 또 부지런히 안을 만들고 바깥으로 나갑니다. 내가 안을 만드는 그동안, 그러니까 참담해지는 그 시간을 처음에는 기꺼이 나중에는 힘겹게 받아들입니다. 안에서 나는 마르고, 바깥에서 나는 아픕니다. 생활은 그리하여 조금씩 닳아갑니다.
나는 요즘 어린 시절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생각하기에, 그때는 안과 밖의 경계가 없었습니다. 그 모든 것을 한몸에 가지고 있었던 때이지요. 그것은 생명력을 의미합니다. 그때의 힘을 지금에 와서는 소비하고 있습니다. 나의 안과 밖은 점점 가난해지만, 한때 풍요로웠으므로, 그리고 지금은 언제나 그때이므로 나는 괜찮습니다. 



얼마 전 당신에게 엽서를 써서 보냈을 때, 나는 무수한 접속사들을 생각했는데(이는 딱히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할 때에 나오는 나쁜 버릇입니다), 빈틈이 없이 어떤 말들을 적어냈을 때 나 괜찮아졌습니다. 아주 짧고 산만한 글이었지만 쓴다는 것은 안으로 들어가는 작업이어서 동시에 밖으로 가 어느 누군가에게 닿는 일이어서 그렇습니다. 책상에 앉아 노동을 하여야 하는 시간에 마련한 그 쓰기는 언제나 계산을 하고 외면으로 드러내거나, 그러냄을 감추어야 하는 피로로부터 저를 구해주었습니다. 아주 잠시었지만,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고마웠습니다. 
종종 이런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 대상이 누구든, 망설임이 많고 게으른 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서, 제가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좀 부질없이 장황한 편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열린 창틈, 초가을 밤, 바람과 하늘, 가벼운 무게, 의자, 책과 책의 사이. 먼지, 가까운 도로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대해서 쓰고 있는 중입니다. 나를 제외한 그것들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안경을 벗고 잠시, 의자에 깊이, 몸을 맡겨봅니다.



친구.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보내는 글이라는 것은 언제나 방황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저는 그것이 나비의 움직임과 같기를 바랍니다. 형언하기 어려운 형태의 의미를 가져오기를 그것은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리는 것이므로 동시에 나타나고 위태로운 것이므로. 스쳐지나가도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일 것이므로, 그렇습니다.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방금 저는 담배를 피우고 왔습니다.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바깥은 고요합니다. 잠들지 못하는 것들과 잠든 것들의 사이는 어둡고 평온합니다. 세계가 늘 이러하였으면 좋겠고, 또 싫습니다. 엘리베이터엔 서정주의 시와 CCTV에 찍힌 차량털이 범의 사진과 곶감을 판매한다는 전단지가 붙어 있습니다. 누군가 진하게 향수를 뿌렸나 봅니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있을 것이고 너무 깊어가다가 아침이 올 것입니다. 내일 저는 멀리 다녀와야 합니다. 이제 그만 자야겠지요. 이 편지에 더는 손을 대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더 용감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믿음은 우정에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각별함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릅니다. 지금들이 켜켜이 쌓였을 때 그것을 보아주길 바랍니다. 우리의 생은, 그것이 어떤 모양이든, 훌륭하고 아름다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지난할지라도. 


2011년 9월 9일
당신의 친구가 우정과 진심을 담아.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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