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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4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5. 03:05





"잔학 행위 이후 우리는 비슷하고 뻔한 사과를 들을 수 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다. 피해자가 과장을 한다. 피해자가 초래한 일이다. 그리고 어떤 사건이든 이제 과거는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가해자의 권력이 크면 클수록, 현실을 명명하고 정의하는 그의 특권은 더욱 커지고, 그의 논쟁은 더 완전해지고 강해진다."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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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는 권력의 것이다. 권력은 그 둘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란, 권력의 입장에선 힘의 이양, 즉 죽음을 의미한다. 가난하고 헐벗은 우리에게 현재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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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단에겐, 이번 대선의 패배는 괴멸, 정신적 사상적 심지어 육체적,을 의미한다. 궁지에 몰렸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하는 것. 정치,라는 게임의 패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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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3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4. 00:31





오래된 친구와 오래도록 당신 이야기를 했습니다. 


"신기하여라, 내 잠 속에 가득한 생명." -마종기


어떤 이야기는 스스로 울먹이기도 합니다. 아주 낡아버린 테이블에 몸을 기댄 채 서로를 향하여 귀를 기울이던 나와 내 친구는 그런 대화는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또 내내 다른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둥근 원 밖으론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요. 나는 그를 알았고, 그는 나를 이해했던 까닭입니다. 그렇게 오늘 나와 내 친구는 하루 밤만큼 늙어갔습니다.


"노래를 부르다가 터져 나오는 내 울음,/ 입술을 깨물어도 도저히 그칠 수가 없네요." -마종기


친구와는 집 앞에서 헤어졌습니다. 문을 앞두고 나는 당신 근처에서 내내 망설였습니다. 여지껏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지만, 도저히 나는 그리고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평생을 그리하겠지요. 당신의 근처에서 내내, 망설이겠지요. 우연히 당신, 그런 나를 보게 되면 뭐라고 말할까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요.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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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1

from Un_post/Post_post 2013. 1. 1. 23:43





"그러나 사진이 현전시키는 대상 또한 대상 자체가 아니라 대상에 대한 '사진적'이미지이다. 다시 말해 작가의 관점에 의해 변행되지 않은 피사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진이 예술일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성복, <오름 오르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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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시 역시 같은데, 우리가 쓰는 시란, 시가 아니라 시적인 어떤 것이다. 정직한 의미에서 '시'는 존재할 수 없으며, 우리는 시를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애쓴다. 시가 예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를 생각하기보다 시적인 것을 생각하자는 황지우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나는 끈임없이, 시적인 것을 의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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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2013년 새해다. 오래 걸었다. 둥지를 기웃거리는 일. 녹지도 더 얼지도 않은 눈으로 덮인 길을 걷는 일. 새해에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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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3

from Un_post/Post_post 2012. 3. 13. 09:39
처음부터, 나는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두려워했다. 그것을 애써 감추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잊은 적이 없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고백하듯 말하고 싶지도 않다. 이를 밝히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사람들 속으로 이끈다고 해도 이를 원망하거나 피하고 싶은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사람들이 두렵지만 피하고 싶은 건 아니다. 병리학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극장에 대한 꺼림도 여기서 기인한다. 내가 극장을 찾는 까닭은 오로지 호기심 때문이다. 사람들의 반응,
매체의 별현. 나의 지식, 경험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의 왜곡 혹은 진실성의 확인. 그런 것들이 나를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극장으로, 이끈다.

오늘 아침, 좀 일찍 출근한 것도 그런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몸을 씻기라도 하듯,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오른쪽 귀로만 피아노를 들었다. 지속음을 방법론적으로 이끌기 위한 빠른 연주, 음의 휘발.
나는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온통 그 생각뿐이다. 죽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일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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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1

from Un_post/Post_post 2012. 3. 11. 16:06
나는 많은 생각을 원하지 않는다. 혼자서 여행을 가는 일은 그래서 좋고, 싫다.
혼자하는 여행, 많은 생각이 나를 찾아오고, 그것들은 감당하지 못해서 혼자가 되어버린다. 
그저, 완전하게 혼자가 되는 일.
오랫동안 찾아 헤매는 일이다. 내가 완벽하게 지워지는 일. 그런 일은 죽음 전에는 없겠지.
그때는 너무 늦어버렸을 것이다. 아마 잠시 황홀하겠지. 몹시 슬프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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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에게

from Un_post/Post_post 2011. 9. 9. 02:19
나의 친구에게
- J



이곳에 편지를 남기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결심한 후에 창문을 열었습니다. 서두르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침착해졌고, 아끼는, 어디에 두었는지 잊고 있었던 만년필이 떠올라 찾았습니다. 잉크가 다 말라버렸더군요. 한 계절을 쓰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글씨를 써보았습니다. 저의 이름으로부터 시작해서 막연하게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었지요.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아서 긴 문장도 썼는데, 그 내용은 영영 알 길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혼자 있기 때문입니다. 이 ‘혼자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침묵의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그럴 필요도 없는 지금, 저는 나의 친구인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혼자라는 감정은, 당신이 이른 것처럼 “참담”합니다. 그 덕분에 황홀하기도 하여서, 나에게는 꼭 필요합니다. 매번 그렇지는 않습니다. ‘혼자’를 인식하게 되는 것은 나의 방으로 돌아와, 필요한 절차를 해치운 다음에야 가능합니다. 나에게 문밖은 언제나 혼란하고 방만하여서 두렵고 어지럽습니다. 안을 만드는 것은 바깥입니다. 나는 또 부지런히 안을 만들고 바깥으로 나갑니다. 내가 안을 만드는 그동안, 그러니까 참담해지는 그 시간을 처음에는 기꺼이 나중에는 힘겹게 받아들입니다. 안에서 나는 마르고, 바깥에서 나는 아픕니다. 생활은 그리하여 조금씩 닳아갑니다.
나는 요즘 어린 시절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생각하기에, 그때는 안과 밖의 경계가 없었습니다. 그 모든 것을 한몸에 가지고 있었던 때이지요. 그것은 생명력을 의미합니다. 그때의 힘을 지금에 와서는 소비하고 있습니다. 나의 안과 밖은 점점 가난해지만, 한때 풍요로웠으므로, 그리고 지금은 언제나 그때이므로 나는 괜찮습니다. 



얼마 전 당신에게 엽서를 써서 보냈을 때, 나는 무수한 접속사들을 생각했는데(이는 딱히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할 때에 나오는 나쁜 버릇입니다), 빈틈이 없이 어떤 말들을 적어냈을 때 나 괜찮아졌습니다. 아주 짧고 산만한 글이었지만 쓴다는 것은 안으로 들어가는 작업이어서 동시에 밖으로 가 어느 누군가에게 닿는 일이어서 그렇습니다. 책상에 앉아 노동을 하여야 하는 시간에 마련한 그 쓰기는 언제나 계산을 하고 외면으로 드러내거나, 그러냄을 감추어야 하는 피로로부터 저를 구해주었습니다. 아주 잠시었지만,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고마웠습니다. 
종종 이런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 대상이 누구든, 망설임이 많고 게으른 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서, 제가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좀 부질없이 장황한 편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열린 창틈, 초가을 밤, 바람과 하늘, 가벼운 무게, 의자, 책과 책의 사이. 먼지, 가까운 도로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대해서 쓰고 있는 중입니다. 나를 제외한 그것들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안경을 벗고 잠시, 의자에 깊이, 몸을 맡겨봅니다.



친구.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보내는 글이라는 것은 언제나 방황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저는 그것이 나비의 움직임과 같기를 바랍니다. 형언하기 어려운 형태의 의미를 가져오기를 그것은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리는 것이므로 동시에 나타나고 위태로운 것이므로. 스쳐지나가도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일 것이므로, 그렇습니다.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방금 저는 담배를 피우고 왔습니다.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바깥은 고요합니다. 잠들지 못하는 것들과 잠든 것들의 사이는 어둡고 평온합니다. 세계가 늘 이러하였으면 좋겠고, 또 싫습니다. 엘리베이터엔 서정주의 시와 CCTV에 찍힌 차량털이 범의 사진과 곶감을 판매한다는 전단지가 붙어 있습니다. 누군가 진하게 향수를 뿌렸나 봅니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있을 것이고 너무 깊어가다가 아침이 올 것입니다. 내일 저는 멀리 다녀와야 합니다. 이제 그만 자야겠지요. 이 편지에 더는 손을 대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더 용감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믿음은 우정에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각별함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릅니다. 지금들이 켜켜이 쌓였을 때 그것을 보아주길 바랍니다. 우리의 생은, 그것이 어떤 모양이든, 훌륭하고 아름다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지난할지라도. 


2011년 9월 9일
당신의 친구가 우정과 진심을 담아.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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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4

from Un_post/Post_post 2011. 9. 5. 01:27
9월 4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지 않는다.
새벽의 고속도로. 구름의 언덕.
또, 쓸 핑계를 찾아가다.
오늘 현현한 이미지들, 나비가 날아가다. 하얀 날개의 나비와 잿빛 날개를 가진 나비.
꿈틀거리는 것들. 길게 자린 풀을 베다. 풀을 베며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돌아오는 길은 막혔고, 나는 고구마 튀김을 먹었다.
잠시, 아주 잠시 어떤 생각을 하고 지우다. 
살아가다. 어머니는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다. 동생은 성당에 갔고,
나는 한 시간 전쯤엔 얼음을 깨물어 먹고 있다.
얼음의 조각들이 거센 소리를 내다. 잠시, 내가 나보다 작아지다.
녹아 사라져버리다.
책을 읽지 않다. 야구 중계를 틀어놓고 잠들다. 소파 위에서 눈을 뜨다.
저녁을 먹다. 잠시, 내일 점심에 대해 고민을 하다.
시를 쓰려다가 관두다. 네가 전화를 받지 않다. 전화기를 내려다보다가,
골몰하다. 하루에서 어떤 것은 삭제하고 어떤 것은 남겨두다.
사늘해진 밤에 음악을 듣다. 끝까지 듣지 않다. 남은 부분은 남은 채 남다.
9월 4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버리는 척하고, 5일이 오다.
어떤 생활은 생활에 불과하다. 밤 구석에 서서 누군가 창문을 열고 침을 뱉는
소리를 훔쳐 듣다. 누군가의 글을 훔쳐보다. 
내가 아프다. 아닌게 아니라. 가슴부터 아프다. 바라봤을 때 가슴의 왼쪽 부분이 쿡 아프다.
가슴 쪽에선 오른쪽 아래 부분이 쿡 아프다.

아마 내일은 괜찮아도 좋을 것이다.

 

mortebleue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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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8

from Un_post/Post_post 2011. 8. 28. 01:16


*
집에 돌아가는 길. 흔들리는 것들 아래선 정신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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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들이 흔들린다. 그런 소리가 들린다. 잎들이 흘리는 그림자 아래 서 있다. 나는 보였다가 보이지 않았다가 다시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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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것들.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 쓴다. 가라앉은 것들도 실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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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도 그러하다. 뜬 눈 속 눈동자는 당신의 표정 위에 떠 있다. 당신이 흔들리는 방향을 따라 흔들린다. 가만히 있는 당신도 사실,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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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위에도 뚜렷한 감정이 맺혀 있다. 맺힘은 흔들림의 직전. 흔들림을 위한 위대한 거짓말. 나는 흔들리는 것에 대해 쓰고 흔들리기 직전에 대해서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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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 있는 나는 흔들리기 위해 조금 움직이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너무 많은 생각들이, 있다. 나오다. 생각이 나오다. 나와서 있다. 있기 위해서 흔들리려고 한다.

*
흔들리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다. 죽음도 흔들린다. 흔들리는 죽음 앞에서 사람은 운다. 죽음이, 스스로 흔들리는 것 같아서.

*
그러므로 어떤 생각과 감정과 사물을 사람들은 한자리에 놓아두려고 한다. 사람들은 땀을 흘리고, 땀은 미끄러져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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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것은 존재를 ‘던진다.’ 던지다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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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은 흔들림의 절정이다. 고통이 사그라질 때, 관계는 성립되기 시작한다. 관계는 고통이 없이는 증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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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관한 것은 아니다. 무관해 보이는 것들 앞에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는 존재를 느낀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지는 모른다. 나의 쓰기는 그에 대한 극복일 수도 있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
문득, 당신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당신과 나는 무관해보인다. 그 距離가 아프다. 통증이 온 우주를 뒤덮는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상상이 증명되지 않았다. 목숨을 걸 만한 증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
공기가 희박한 곳에 가면, 비명은 멀리까지 가지 못한다. 흔들릴 뿐이다.

*
생은 또 그렇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아름다워진다.


by morteble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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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0

from Un_post/Post_post 2011. 8. 21. 00:39

작은 카메라, 정한아 시집, 글렌굴드와 정완이 공연 보러 대학로 가는 길.
마음이 편안하다. 음모를 탁 털어 책상 속에 넣어둔 기분이다. 빛이 많다.
종일 잔 셈이다. 나는 괜찮다.정한아 시집은 정말 훌륭하다.
아껴서 읽는 중이고 다 읽은 뒤에도 아끼게 될 것이다.
버스에선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사람들은 어떤 순간 아름답다.
점점 호오가 분명해진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다.
좋은 것에 대한 고집을 늘려갈 것.
어머니가 끓여낸 수제비. 한 입 정도로 잘린 파전의 저녁 식탁.
호기심 없이 말을 보며 늙어가는 사내들. 그들의 냄새가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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